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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윤식 Jan 25. 2019

빈부 계급 노동에 관한 고찰

독일 이데올로기, 1932


카를 마르크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지음. 김대웅 옮김 / 두레 - 1만5000원


어렵다. 국어사전에서는 유물사관을 ‘유물론의 입장에서 설명한 마르크스주의의 역사관’이라고 정의한다. 고리타분한 냄새가 풀풀 난다.


할아버지 서재에 꽂혀 있을 것 같은 이 책에는 빈부, 계급, 노동에 관한 고찰이 담겼다. 그것들이 어떻게 생겨났으면, 인간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말한다. 그 설명에 대한 관점이 유물사관이고, 유물사관은 유물론에 기초하며, 공산주의는 유물론에서 출발한다.


우리가 무섭게 생각하는 그 공산주의는 달콤한 미래를 꿈꿨다. 본문 내용을 옮기면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사회가 전반적인 생산을 조절하기 때문에 사냥꾼, 어부, 양치기 혹은 비평가가 되지 않고서도 내가 마음먹은 대로 오늘은 이것을, 내일은 저것을, 곧 아침에는 사냥을, 오후에는 낚시를, 저녁에는 목축을, 밤에는 비평할 수 있게 된다.’라고 말한다.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저렇게 살다가는 소련 꼴 난다.


공산주의는 사유재산을 허용하지 않고, 생산수단을 공공소유로 둔다. 마르크스는 이렇게 하면 계급을 타파하고 완전 평등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헛소리다. 사유재산이 없다는 것은 ‘자유’가 없다는 것이다. 자유가 없는 평등사회는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누군가의 지배를 받아야 함을 의미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공산주의 국가에서는 장기독재, 전체주의 등의 특징이 나타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실패한 이론을 알아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든다. 그것은 유물론 또는 유물사관이 지적하는 지점이 현재 자본주의의 약점이기 때문이다. 사유재산, 그것에서 출발하는 세습, 빈부, 신분 등의 문제를 마르크스는 지적했다. 경제적 수준에 따라 영위하는 교육∙문화 수준이 달라진다. 물질이 사회적 존재를 규정하고,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는 명제는 정답은 아니지만, 헤겔의 관념론보다 설득력 있게 들린다.


금리생활자 부분도 공감 갔다. 불로소득에 관한 비판으로 보였다. 돈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기계적 노동에 빠진다는 것이다. 건물주와 임차인을 비교하면 이해가 쉽겠다.


‘토지공개념’은 어떨까. 일부에서는 토지공개념이 헌법에 명시되면 사유재산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과연 그럴까.


우리는 이미 토지공개념 속에서 살고 있다. 자기 돈으로 자기 땅에 건물을 짓더라도 각종 영향 평가와 심의를 받는다. 백화점, 대형마트는 교통 혼잡료를 지자체에 내야 한다. 토지는 공공재라는 기본 전제가 있어서다.


서울 일부 지역에서 장애인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있다. 그들은 자기 땅이 아니지만 발언할 권리가 있다. 토지공개념은 그 권리를 제공한다. 이렇게 토지공개념은 누군가의 사유재산 권리를 제한하지만, 누군가의 사유재산 권리를 보장하기도 한다. 왜냐면 토지는 자동차가 아니라서다.


직업의 귀천은 언제나 있을 것이며, 차별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말하며, 차별은 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룰 수 없지만 이루기 위해 노력하며 사는 것이다. 그것이 옮음이기에.


그래서 ‘공산주의는 어떤 자리를 차지해서도 안 되며, 단지 유심론의 자리에 놓여 있어야만 한다.’는 브루노 바우어의 말이 가장 적절하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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