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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d Marine Apr 08. 2020

눈의 도시 북해도 <삿포로>

#. 20번째 이야기

북해도_사포로

오늘은 오랜만에 눈을 주제로 다녀왔던 여행 에세이를 쓰려고 합니다. 우연히 이병헌, 김태희 주연의 KBS 드라마 ‘아이리스’에서 일본의 지방도시 ‘아키타’를 처음 보았습니다. 자연경관이 수려한 도시를 보고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이 들었고, 북쪽 지방의 일본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좋아하는 안도 타다오 건축가의 ‘물의 교회’가 있는 훗카이도(북해도) 지역의 대표도시 삿포로 여행을 선택했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틈틈이 기록했던 글을 한데 모아 아직 가보지 못하신 분들에게 제가 경험했던 특별한 순간을 공유해드리고 싶습니다.




어서 와~ 홋카이도는 처음이지!? 설렘과 기대를 갖고 연휴에 북쪽 지방 건축물 답사와 온천여행 차 일본 북해도로 향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알려진 도시는 아마도 눈꽃 축제로 유명한 삿포로와 비에이, 노보리베츠, 오타루 등등 여행 계획을 세우고 인천 공항을 출발하여 아오모리 공항으로 갑니다. 역시나 여행은 변수가 많지만 삿포로 신공항에서 결항통보를 알려주네요. 눈이 너무 많이 왔다고 하네요. 항공사에서 아오모리에서 신간센을 타고 북해도 하코다테까지 가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해줬습니다. 계획에 없던 기차여행과 언제 또다시 “하코다테” 도시를 가볼까 하며 즐겁게 이동했습니다. 건축일을 하다 보니 새로운 도시와 새로운 환경을 마주 하는 건 아주 특별하고 즐거운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개인주의적 성향이 짙기도 하지만 타인에게 생각했던 것보다 기대 이상으로 친절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항공사 직원의 빠른 조치로 다행히 안전하게 신칸센 열차를 탈 수 있었습니다. 추가 비용이 들었지만 렌터가 픽업 장소도 변경해서 노보리베츠에 저녁이 돼서야 도착합니다.


일본에서도 북쪽에 위치한 이 도시들은 워낙 눈이 자주 내리고 하루 종일 눈보라가 몰아치다 보니 빨리 달리는 차가 없네요. 도시를 빠져나와 달리던 중 고속화도로가 왜 양방향 합쳐서 2차선인지 아직도 의문이 들었습니다. 철도가 발달되어있기 때문에 길이 미끄러운 야간에는 그만큼 차량 이동은 생각보다 많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추월 차선이 종종 나타나서 다행이었지만 앞차가 천천히 가면 뒤로 차가 엄청 많이 줄지어 달릴 수밖에 없던 여행의 시작이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피로를 풀고자 노천탕에 들어가 신선놀음을 하였습니다. 눈이 50cm 쌓여있는데 뜨거운 물속에 몸을 담그는 그 자체로 몸이 나른해지며 밤하늘을 보며 아무 생각하지 않고 멍하니 있었습니다. 늦은 저녁시간, 그 시간 때 조명과 수증기 물과 눈이 만들어주는 시퀀스 그리고 장소가 주는 감성을 알게 해 준 노천온천은 정말 다시 생각해도 멋진 시간이었습니다. 처음 안 일이지만 온천이 좀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정신없던 첫날은 지나가고 다음날부터 본격적인 목적지에 맞춰 일정대로 하나씩 천천히 마을과 도시를 둘러보았습니다. 4박 5일 동안 지내면서 몇 가지 기억나는 장소에 대해서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1. 비에이에서 출발하여 삿포로 시내로 넘어올 때 고속도로 말고 국도를 선택하면 산길을 넘어서 옵니다. 정말 산 한가운데서 온 세상이 눈으로 덮인 설경을 만끽하실 수 있습니다. 잠시 차를 세워두고 눈에 담고 느낌을 글로 담았습니다.

비에이


#2. <프리미엄 나카지마 파크 호텔>은 도심지에 위치하고 있으며, 인근 삿포로 공원이 있으니 공원 뷰를 예약해보세요. 6시 정도 즈음 침대에서 눈을 뜨면 멀리서 떠오르는 일출은 여행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프리미엄 나카지마 파크 호텔


#3. 후라노 <후키아게 온천>은 해발 1100미터 고지대 노천온천으로 이 산속 온천에서 바라본 경험은 정말 이번 여행의 백미였습니다. 온천물이라 물속은 뜨거운데 입에선 입김이 나오고, 정말 순도 높은 하얀 눈이 1m 이상 쌓인 산속 온천


세 곳의 장소가 이번 여행에서 얻은 가장 특별하고 행복했던 순간이었습니다.




건축가적인 시선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겠죠? 북쪽의 도시에서 찾아볼 수 있듯이 일본 홋카이도(북해도)의 건축은 차분하면서도, 홀로 튀거나 화려하지 않았습니다. 도시의 기후가 보통 건축물에 영향을 많이 주는데요. 기후 이외에 아마도 일본 사람들의 성향이 도시나 건축물에 자연스럽게 반영되어진 듯합니다. 실내를 들어가서 보아도 아주 심플하고 간결한 구성을 볼 수 있는데요. 일본과 관련된 인테리어 스타일을 일명 '젠 스타일'이라고 합니다. "젠"은 "선(禪)"의 일본식 발음으로 젠 스타일은 정결하고 고요한 느낌, 절제미 그리고 심플함을 추구하며 동양적인 간결한 여백의 미를 중요시하는 단정한 이미지 스타일을 말하기도 합니다. 이는 90년대 들어 유행을 주도해온 절제미를 대표하는 '미니멀리즘'과도 구분됩니다. 거추장스러움을 철저히 털어내고 간결함을 추구하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젠 스타일'은 좀 더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입니다. 이처럼 깔끔하면서도 따뜻한 색감과 심플한 도시 풍경을 가진 도시 홋카이도의 모습은 일본 대도시(도쿄, 오사카, 고베, 나고야 등등)들과 또 다른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었습니다.


북해도가 너무 추울까 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추운 건 우리나라와 비슷하고 이곳의 문제는 눈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많이 온다는 거네요. 눈이 한번 오기 시작하면 앞으로 걸어 나가기도 힘들었습니다. 눈으로 맞는 것 같은 기분 아실까요? 왜 일본 현지인들은 지하도로만 다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론 평생 볼 눈 여기서 다 본 것 같이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을 선물 받은 것 같습니다.



Note
겨울 삿포로 여행은 모두 모두에게 추천합니다. 시내도 예쁘고 놀거리 많지만 근교 노보리베츠 온천여행이나 비에이 투어가 최고 설경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중에 다른 도시 등등 여행 후 10년 뒤에 한번 더 구경 와봐야겠습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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