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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d Marine Dec 16. 2020

코로나 시대 여행을 대하는 자세

#. 47번째 이야기

금세 끝날 것이라 생각했던 싸움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마치 재난 영화를 방불케 하는 감소세와 재확산의 반복이 계속되면서 최전방에서 코로나와 싸우고 있는 사람들에게 박수를, 안전수칙을 잘 지키며 '집콕'을 실천하고 있는 국민들에게도 응원을 보낼 때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에 보았던 '처음으로 여행이 우리를 떠났다'라는 모 항공사의 카피 문구에 가슴이 진하게 아려오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여행의 빈자리를 여실이 느끼게 되는 여행 덕후의 마음입니다. 여행을 너무 가고 싶은데 쉽게 갈 수 없는 요즘, 밖에 나가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날의 연속이네요. 강제로 나가지 말라고 하니 왠지 더 서럽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장기간 진행되는 코로나 시대에  '내가 생각하는 여행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곰곰이 한 번 생각을 해봤습니다. 커다란 캐리어에 짐들을 한 가득 챙겨서 자신의 차를 이용하거나, 비행기를 타고 먼 거리에 있는 이색 장소를 가보는 여행이 떠오르네요. 물론 물리적인 변화가 가져다주는 여행의 의미가 나에게 얼마나 극적으로 다가오는지 잘 알고 있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이후를 대비한다면 좀 더 다양한 방법의 여행의 가치를 알아봐야 하니까요.


도대체 여행이라는 단어를 느끼게 해 줄 수 있는 방법이 있기는 한 걸까?

이 의문에 가장 먼저 여행이 갖는 본질적인 행복감이 무엇인지를 떠올려 봤습니다. 건축가인 저는 대부분의 여행은 역사적인 도시, 시대가 반영되어 있는 건축물 그리고 그 나라만의 자연환경과 문화를 경험하러 간다는데 의의를 많이 두고 떠났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행을 하는 목적과도 동일하죠. 그만큼 인간이 만든 멋지게 축조된 건축물과 우연히 만들어놓은 자연의 절경들을 느끼며 지구의 위대한 자산에 가슴 벅찬 감정을 맞이하며 행복함을 느꼈을 것 같습니다. 구구절절 제각각 사람들의 다양한 여행의 의미는 결국 '새로운 무언가의 경험을 소비하며 그에 대한 만족감을 갖는다'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 전에도 그저 유명한 장소들을 돌아보고 오는 여행은 개인적으로 비용이 조금은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별 이유 없이 남들이 다하니까 따라 하는데 많은 비용을 쓰지 않고 싶거든요. 더군다나 이렇게 코로나 시대에는 하늘길도 바닷길도 많이 통제를 받기 때문에 더 자신만의 여행의 목적에 맞는 방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멀리 이동을 하는건 아니지만 제가 바라본 시각에서 여행의 의미를 만들어봤습니다. 시간을 내서 떠나지 못한다면 매일 찾아오는 퇴근시간을 활용해 보기로 했죠. 건강을 위해서 일정 거리를 걸어서 집으로 돌아오면서 이곳이 뉴욕이나 런던의 거리라고 한다면 무엇을 보려고 할 것인가를 [퇴근 전 5분 동안 생각해보기]로 했어요. 제가 속해있는 서울이라는 도시를 외국인의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어떤 의미의 도시로 이루어져 있는지 생각해보며 사람들의 행동과 거리의 분위기를 느껴보기로 했습니다. 어제저녁에 챙겨두었던 카메라를 메고 운동화로 갈아 신은 후 테헤란로를 걸으며 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저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기보다 오늘은 도심 속 트레킹 여행을 떠난다고 생각을 달리하니 매일 걷는 길의 또 다른 모습들이 눈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장소를 간 것은 아니지만 전혀 다른 시각의 중심으로 바라보니 더 많은 모습들이 보였고, 내가 얼마나 이 장소를 알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습니다.


하루는 제가 가는 길에 더 소중한 장소를 만났습니다. '서울 선릉과 정릉'입니다. 어쩌면 매일 지나쳤을 장소였는데 들어가 봐야 한다고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우리 도심 속에 이런 세계문화유산이 존재하는데 바쁜 일상을 살다 보니 몇 년을 살았어도 한 번을 가보지 못했네요. 4시 퇴근하는 리프레시 데이를 이용해 이른 퇴근을 한 후 한참을 걷던 중 선정릉에 도착했습니다. 현재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고 입장료를 내야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비록 선릉 정릉 안에는 나무들과 왕릉이 있을 뿐이지만 도심 한복판임에도 불구하고 나무가 매우 많이 우거져서 잘 관리되어있는 자연을 볼 수 있었고, 빼곡하게 심어있는 나무들 사이를 거닐 다 보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찬란했던 역사는 이미 지나갔지만 현재 남아있는 목조건축물 등 우리의 역사와 함께한 전통 건축물들이 소중히 보존되어 후세에게 잘 전달되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지 않나 생각도 해봤습니다.


출처 : https://blog.naver.com/kjw_3091/130171319943 / '선정릉'  '코엑스 영동대로'


앞으로는 여행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과 같은 여행으로 복귀는 하겠지만 많은 부분에서 변화된 패턴이 발생하지 않을까요? 당장 각국 입국절차도 까다로워져 각종 규제를 더할 가능성이 높고, 사람들의 불안증은 청결이 강화된 숙박시설에 한정되어 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지금처럼 사회적 거리두기가 문화로 자리 잡을지도 미지수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 다양한 사고를 가지고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시도해본 같은 장소,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 도심 속 풍경이 주는 여행의 의미를 느껴보면서 여행의 갈증을 일정 부분이라도 해소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으로 글로 기록을 남기며 여행을 다녀온 듯한 즐거움과 행복감도 느낄 수 있기에 새롭게 여행에 대한 의미로 하나의 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현재 내가 매일 어디를 거닐고 있다면 그곳을 새롭게 바라보며 같은 장소 다른 풍경을 선물 받아 보시길 바라겠습니다. 어쩌면 내가 놓치고 있었던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시간이 되어 줄지도 모르겠습니다.




Note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이후에는 더 다양한 방법으로 떠나는 여행의 기록들이 발견되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시대가 만들어 가고 있는 현시대에서 여행은 과연 우리 라이프스타일에 어떻게 자리 잡게 될까요? 우리의 사회와 삶이 어떻게 변화될지 모르기 때문에 내가 가진 조건 안에서 더 다양한 이야기들이 소개되면서 그동안의 여행의 패러다임이 혹은 관행처럼 여겨지는 여행 풍습들이 바뀌면서 생겨나는 새로운 스토리들을 통해서 많은 분들의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받은 상처와 아픔이 치유되길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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