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번째 이야기
누구에게나 인생의 황금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이것을 유지한 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겠죠. 또한 자기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시련이 다가오는 시기도 있을 것입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놓치는 부분이긴 하지만 이 역시 계속 유지되지는 않습니다. 깊이는 달라도 두 가지 모두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항상 존재하는 시간들이겠지만 저는 후자의 시각에서 어려운 시련을 극복하며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고 싶었습니다. 나의 삶 속에서 아픔이란 한 번쯤 반듯이 찾아오기 마련인데 이를 극복하고 다시 살아가는 방법은 어디에서도 가르쳐주지 않는 것이 참 않타깝네요. 스스로 터득해야 할 시간일 뿐입니다. 저 역시 너무 가슴 아픈 일을 넘기고 넘겨 여기까지 왔지만, 지금도 여전히 그 터널을 빠져나왔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제 스스로 "아픈 시기를 이겨내고 다시 회복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에 대해서 소개하며 사회적인 편견을 넘어서 이를 통해 누군가에게는 회복하는 게 얼마나 가슴 아프고 힘든 일인지 느껴짐으로써 모든 결정에 한번 더 심사숙고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아픔 이후의 삶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어려움이 많은 사람들에게 작게나마 공감이 되어줄 수 있는 글이길 바라겠습니다.
시작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정확히 이혼 및 양육권 소송은 1년을 훌쩍 넘긴 아주 긴 시간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너무 힘들고 지쳤기 때문에 각자의 길을 가기로 한 것에는 큰 이견이 없었습니다. “평생 괴로움에 병을 얻느니 차라리 잠시 동안의 외로움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슬하에 어린 자녀를 두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참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결과적으로 판단했을 때 아이를 홀로 키우고 있었고, 충분히 양육의 의사를 소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판례대로 여자아이는 모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질 않았지만 우리나라 법의 정서상 이 부분은 많은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했지 않을까 추측만 해볼 뿐입니다. 어른들의 행동과 선택이 한 아이의 인생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었고, 멀리서나마 죽는 그날까지 책임을 다할 예정이며 저의 행복보다도 그 아이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헤아리며 살아갈 예정입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사실 하나가 있었습니다.
판결을 받은 후 아이를 인도하기까지 10일 남짓
저는 아이와 아름답게 작별할 수 있는 시간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이것이 가장 가슴이 아프고, 이 시간들을 생각할 때가 미어지는 마음을 감당하기 어려웠습니다. 아무래도 판결을 받고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왜 미쳐 인사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없었는지, 갑작스러운 환경의 변화가 생길 아이의 입장에서 보지 못하고 내 아픔만을 생각했는지 지나고 보니 참 많은 후회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허비하고 헤어질 준비도 하지 못한 채 갑작스럽게 떠나버린 후 집에 앉아 불도 켜지 못한 채 아이의 옷을 붙잡고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미안하다'만 반복하며 밤새도록 흐르는 눈물을 닦기만 했습니다. 뒤늦은 후회는 정말 아무 소용없었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 수 있는 그 시간을 잘 활용했어야 했습니다. 서로가 원하진 않았지만 잘 헤어지는 법을 찾았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작별의 골든타임을 허무하게 놓쳐버렸습니다.
회사 눈치 봐가며 육아 휴직을 하면서까지 너무나 큰 애착을 가지고 홀로 아이를 키웠기 때문에 원하지 않는 생 이별의 아픔이란 심장을 칼에 찔렸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습니다. 그 누구에게도 이야기할 수 없었고, 그래서 그 누구에게도 위로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 제 선택에 책임을 져야 했고, 그것이 이렇게 어렵고 힘든 일인 줄 몰랐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 인생에 대해서 비난과 후회를 했던 것 같습니다.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 같은 복잡한 감정을 이겨내야 했고, 모든 상황과 일들을 홀로 견디며 길고 긴 터널을 지나왔습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그렇게 느낄 것 같습니다. 저는 그렇게 제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아이와 언제 만날지 알 수 없는 기나긴 작별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아이를 다시 만나는데 몇 년이란 시간이 걸렸습니다. 어른이 되었다고 한들 헤어짐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더군다나 부모 자식 간의 헤어짐을 머릿속으로 이해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은요? 그렇지만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 그 당시 나의 선택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극단적인 생각도 해보고 했지만 현재는 그 선택을 받아들이고 책임을 지며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제 자신도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사람일 수 있으니까요. 당장의 앞을 보기보다는 조금 더 멀리 보면서 행동한다면 자신을 자책하며 살아가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다음 2화부터는 이별의 아픔을 극복하고 회복해 나가는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Note
이 글을 보는 아이를 가진 부모님들에게 꼭 전해드리고 싶은 건, 서로가 맞지 않아 각자의 길을 걷는 건 본인의 선택이고 책임이니 받아들이고 다시 출발하면 됩니다. 그러나 서로 간의 괴로움 때문에 놓치기 쉬운 저와 같은 상황을 겪지 않기를 바라겠습니다. 아름다운 작별이야 있겠냐만은 그래도 이후의 삶이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 혹 정말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보다는 다시 본인이 살아가기 위해서라도 재판을 하는 시간 동안 그 소중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