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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d Marine Nov 05. 2020

홀로서기를 위한 혼자만의 여행은 꼭 필요했다

#. 43번째 이야기

주말도 반납하고 정신없이 야근에 철야를 계속하다 보니 마감 후 저에게 주어진 보상 휴가는 10일이 쌓였습니다. 일을 하며 바쁘게 지내면서도 종종 머릿속에 드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다른 이에게 위로를 받을 수 없다면 '나 스스로라도 나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시간이 좀 필요하겠다' 싶었어요. 애써 억지로 지우려고 하기보다 비워내고 받아들이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한 것이죠. 학교를 졸업하고 20대의 어린 나이에 결혼생활을 시작했어서 사실 돈을 벌어 나를 위해서 제대로 써보지도 못했고, 여전히 살아가야 할 이유를 좀 찾아야 하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이제는 홀로서기를 하고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하는 터닝포인트가 필요하겠다’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어떤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적합한 출발일까?'를 고민했을 때  "혼자서 한번 여행을 떠나보자"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항상 함께 할 누군가 존재했기 때문에 휴가가 생기면 이 시간들을 어떻게 쓸지 정해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180도 바뀌게 되면서 이제는 내 마음의 회복과 일상으로의 복귀를 위해서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가보는 혼자만의 여행이라 무척 어색하기도 했고, 옆에 사람이 있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주변을 두리번거리기도 했지만 이것조차 이제는 익숙해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나 혼자서 모든 것을 다 결정하고 움직일 수 있다는 게 얼마만인지 모릅니다. 당장 가깝게 쉴 수 있는 제주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고, 호텔 예약, 랜트카 예약을 단 30분 만에 해결해버렸습니다. 나만 생각하고, 내가 하고 싶은데로 하며 떠난 첫 여행. 그동안 여행은 항상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계획과 동선을 짜고, 많은 짐을 가지고 떠나본 게 전부였습니다. 혼자 있는 것이 '더 사람을 블랙홀에 빠지게 하지는 않을까?' 걱정 반 기대 반 하면서 제주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한 2~3일이 지났을까요? 여행의 전반부는 너무나 고요했습니다. 하루 종일 말 한마디도 하지 않은 날이 대부분이었고, 하루 종일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 앉아 글만 쓴 날도 있고, 하루 종일 드라이브하며 풍경 사진만 찍어보기도 했고, 하루 종일 호텔 선배드에 누워 책만 읽기도 했습니다. 당시의 상황을 메모한 짤막한 글이 남아있네요.

여행을 통해서 당장 내 마음을 어루만질 수 없다. 하지만 몇 개월이 지난 후 내 마음속에 그 시간들이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구나 하는 자존감을 높여주는 시간이 돼주길 바란다. 오늘 우연히 듣게 되었던 박효신 '애상'이라는 노래가  너무 큰 위로가 되어주었다.


무엇을 얻고자 함도 아니었고, 무엇을 정리하고자 함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지나간 시간을 돌이켜보고 현재의 내 모습을 정면에서 바라보고 싶었습니다. 지금의 나의 모습은 어떤 모습이고, 나는 어떤 사람인가 알아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테니 말이죠. 그렇지만 여전히 저는 모든 이유에 대해서 정답을 내려고 하는 생각을 떨치지 못했습니다. 며칠이 지난 후 우도의 한 해변가에 앉아서 멍하니 바다만 바라보고 있었는데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어요. 꼭 이 새로운 출발과 길에 대한 정답을 내야 할까? 그저 시간이 가면 가는 데로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며 몸이나 생각이 이끄는 데로 내버려 두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항상 정해논 기준대로 살아가기 위해서 내가 가졌던 절대적인 의식의 흐름이 존재하진 않았나 싶었어요. 그로 인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상처를 받게 했으니까요. 그렇게 여행을 시작한 지 5~6일이 되었을 때 한결 머리로 생각하는 게 간결해졌고 어두운 다양한 감정들을 내려놓을 수 있는 시간이 되어주었습니다.


그제야 비로소 제주의 아름다운 섬의 모습들이 들어왔고, 그동안 가보지 못했던 동네와 길을 거닐며 출발 전 불안했던 여행에 대한 마음이 편안한 시간으로 변했습니다. 여행의 후반부는 한라산 등반, 트레킹, 서핑 등 자연을 느끼며 할 수 있는 액티비티 스포츠를 하면서 여행지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하며 보냈습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마지막 날 나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며 앞으로도 행복한 날이 많아지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을 하며 저의 첫 혼자 떠난 여행은 그렇게 끝이 났습니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작은 틀을 깨고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작지만 이런 도전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들어 주었고, 내가 살아가야 할 이유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조금씩 조금씩 제 마음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었습니다. 여행을 통해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시간들을 한번 가져보시길 추천하겠습니다.





Note
스스로에게 시간을 준다라는 생각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의 뇌는 매우 놀랄만한 자가 치유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간이 약이다라는 옛말은 예전에도 그랬지금도 틀린 것이 하나 없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 해결될  없는 문제가 생겼다면 조급함보다는 흘러가는 데로 비워내는 시간과 자신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있는 시간도 함께 가져보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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