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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d Marine Mar 06. 2021

비혼으로 사는 게 그렇게 문제가 되나요?

#. 51번째 이야기

너  다시 결혼 안 할 거야?
왜 안 하면 안 돼? 꼭 해야 되는 거야?


나는 항상 결혼에 대한 예찬론자였습니다. 어렸을 적 저는 20대에 배우자를 만나 가정을 꾸리는 것을 꿈꿔왔어요. 청년이 되면 취업과 결혼이 가장 큰 인생의 화두가 되는 사회적인 분위기도 한몫했지만 내가 보고 자란 부모님의 세대들이 그랬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게 변했어요. 바로 제가 비혼 주의자가 되었기 때문이죠. 최근에 문득 비혼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언제부터였지?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우리는 명절날만 되면 가족들이 모여 서로의 근황을 묻곤 한다. 역시나 나에게 돌아오는 말은 "이제 더 나이 들기 전에 결혼해야지??" 물론 걱정되는 마음으로 이야기하시는걸 잘 알지만 무심코 이야기했던 그 한 마디에 속으로 참 씁쓸했던 기억이 있다. 왜냐하면 20대 후반 사회초년생이던 시절에 결혼이라는 것을 했고, 몇 년 지나지 않아 헤어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스스로 다독이며 아직 상처가 아물기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 생각했다.


결혼이라는 것이 "평균"값으로 지정되었던 것들이 생각난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여자와 결혼은 묶여있는 양 이야기하던 어른들. 비혼을 추구한다고 하면, 왜 너는 너무 당연한 것을 "아니"라고 말하냐? 는 말과 함께 던져지는 비언어적 표현들! 그런 말이 무색하게 이야기하고 싶다. "나는 너무나 잘 살고 있어. 그리고 앞으로도 아주 잘 살 거야!!"라고 그렇게 표현을 하는데도 주변의 말들은 나를 종종 힘들게 하곤 한다.




짧은 시간 동안 결혼 생활을 경험하고부터 나의 인생관과 사랑관에 대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결국에 전혀 다른 인생을 살던 사람과의 갑작스러운 동행이 순탄할 리 만무했고, 나이가 어릴수록 서로가 서로를 인정할 수 있는 성숙한 어른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결국 더 힘들기 전에 틀어진 관계에 대한 삶에 대해서 판단을 해야 했고, 과정이야 어쨌든 결과적으로 외롭고 괴로웠던 시간들을 정리하고 혼자가 되었다. 아마 그 이후로 비혼의 생각이 내 머릿속에 크게 자리 잡게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다시 제 자리로 돌아왔을 때 많은 걱정이 들었다. 괴로움보다는 외로움을 선택하자라고 판단은 했는데 막상 현실로 닥치니 막연한 두려움이 존재했다. 내가 외로움을 잘 견디는 스타일이 었나? 하는 고민을 할 때쯤 결혼을 한 선배와 술자리에서 나에게 이런 말을 해주었다.


나는 깊은 한 숨을 쉬며 이야기했다.
"형~ 너무 힘들고 괴로워서 차라리 혼자 외롭고 말자라고 했는데 괜찮을까 모르겠어요.."

선배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이야기한다.
"야!! 어떤 사람은 둘인데도 더 외롭고 힘들다고 하더라. 자기가 다 만들어가는 거야!! 혼자면 잠시 외롭기는 하겠지만 요즘 시대에는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  돈 있고 시간 있으면 배울 수 있는 게 얼마나 많고,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겠어."  


혼자가 되기로 한 초기에는 “결혼 다시 안 할 거야?”라고 했을 때, 그에 대한 대답은 어떻게 해야 할지 그리고 말한다면 "어!! 안 할 거야 다시는!!"라고 막상 말하자니 좀 막막할 거 같았다. 비혼으로 산다는 건 어떤 건지,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과 평가에 대해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도 잘 몰랐다. 그리고 20대 취업하고 바로 결혼을 했기 때문에 정작 내 능력으로 그동안 나를 지켜준 부모님과 동생에게 아무것도 해준 게 없구나 싶어 미안한 마음도 컸고, 이런저런 고민들에 걱정이 많았던 게 사실이었다. 그게 어떤 것이 되었던 이제는 내 인생만을 생각하고 내 곁에 있는 사람에게 보답하며 살면 되겠지 생각했다.




그 이후로 홀로 여행을 하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어렸을 땐 사람들 곁에 있어도 외롭다는 느낌이 들어 결혼하면 좋아질까 하는 고민을 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절대적인 내편을 원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그 편이 과연 영원하게 내 편일까 싶고 외로움을 달래는 법을 사람에게 의지하는 방법으로 해소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라도 내편이던 사람이 또 사라지면 다시 일어설 힘조차 없을지 모른다. 이런저런 이유가 있기에 좀 더 내가 나로 온전히 사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하고 책임지며 사는 게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며 30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렇지만 나로 산다는 건 참 어렵다. 그냥 나로서 살아가는 건데도 계속 생각하고 나아가지 않으면 스스로에게 주춤거리게 될 때도 있다. 그래도 계속 생각하고 한 발짝 더 나아가는 힘, 그게 내가 스스로에게 한 위로가 아닌가 싶다. 또 참 기분 좋고 좋을 때도 있는데 그것은 바로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원하는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다. 그냥 누군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는 게 그렇게 위로가 되고 또 더 나아가게 하는 힘을 주더라.




Note
다시 결혼하고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저당 잡히고 사는 것보다 당당하게 자신의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결혼으로 인해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사는 것보다 나의 일을 하며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소통 하고, 좋은 여행하고, 좋은 음식도 먹고 하면서 살아나가고 싶습니다. 시대가 ‘미혼에서 ‘비혼으로 인식이 바뀌는 것처럼 비혼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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