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번째 이야기
얼마 전 직장에서 인사평가를 하기 위한 AI적성검사를 실시했습니다. 수많은 문구 중에 유독 눈에 띄는 질문 하나가 있었는데요. ‘나는 얼마나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있는가?’ 하는 질문입니다. 물론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 있는 간단한 질문이었지만 검사가 끝난 후 많은 생각에 잠겨버렸습니다. 그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업무적으로 유연함이 꼭 필요한 '건축가'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저의 직업적 특성, 또 나의 유연하지 못한 고정관념으로 인해 새로 옮긴 직장에서의 생활, 그리고 이 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타인과의 의사소통과 생활적인 면에서 문제는 없는지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을 자주 갖는 것에 대한 영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과연 나는 유연한 사고를 가진 사람일까?
먼저 유연한 사고를 말하기 전에 유연함을 헤치는 고정관념은 무엇이 있을까?라는 반문으로 시작해봤습니다. 우리는 어쩌면 자신도 모른 채 고정관념을 가지고 살아갈지도 모릅니다. 대표적으로 성에 대한 인식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요. 여러분들도 흔히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고정관념에 하나는 ‘남자는 울면 안 돼’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거예요. 왜 울지 말아야 하는지 명확한 기준도 제시하지 않고 어른들은 남자아이들이 울음을 터트리면 여지없이 '울면 안 된다'라는 이 말을 꺼내는 상황을 종종 목격한 적이 있을 거예요.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남성들에게 '울면 안 된다'며 눈물을 보이는 것을 약함의 표상인 것처럼 사회에 성에 관한 보이지 않는 고정관념의 기준이 존재했던 건 아닐까요? 개인적으로는 너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처럼 저에게도 자라오면서 혹은 사회생활을 거치며 자리 잡은 고정관념으로 인해 어리석은 판단을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요. 이에 관한 에피소드 한 가지가 있습니다. 저희 건축가들은 프로젝트의 일정상 마감이 있는 업무의 특수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납품이 임박해오는 날이 되면 늦은 시간의 야근과 철야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제가 가지고 있던 성역할 고정관념 때문에 여자 후배들은 체력적으로 어려움이 있어 늦은 시간까지는 작업을 못할 것으로 생각하여 업무 배분을 남자 후배들 위주로 지시하게 되었습니다. 업무량이 많아 어쩔 수 없이 남자 후배와 여자 후배들과 동시에 업무를 맡겨 진행하게 되었는데 여자 후배들도 충분히 맡은 업무에 책임감을 가지고 잘 처리하는 것을 보고 모두에게 같은 기준으로 업무를 공평하게 나누어야 했는데, 제 스스로 참 한심하다고 자책했던 일도 있었습니다.
유연한 사고는 다양한 관계에 대응하기에 용이한 점이 많습니다. 리더로서 다양한 사람들과 좀 더 안전하게 항해하기 위해서는 융통성 있게 발맞춰가는 유연한 태도와 사고를 갖춘다면 그만큼 편안한 항해를 이끄는 방법일 것입니다. 그래서 이 유연한 사고를 갖기 위해서는 자기주장만을 내세우는 경직된 자세에서 벗어나 타인을 수용하고 생각의 폭을 넓히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제가 해봤던 작은 실천 몇 가지를 소개해드려 보려고 합니다. 저는 심리학에 관심이 많아 이 분야에서 현명한 방법을 찾아봤고 우종민 정신과 교수의 저서에서 그 힌트를 얻었습니다.
사고의 유연성을 기르는 일곱 가지 방법_
1. 매사를 즐겨라. 항상 재미를 찾아라
2. 뒤집어 생각해본다. 이 세상에 '실패'란 없다. 오직'배움'이 있을 뿐이다.
3. 뇌 전체를 활용한다
4. 의견이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한다.
5. 상대 의견 중 내가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을 찾는다.
6. 서로 다른 의견을 합쳐서 새로운 대안을 만든다.
7. 자기 점검 질문을 한다.
(출처:남자 심리학/우종민)
두 번째는 바로 ‘불편함을 반복’해보자입니다. 그저 편하고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지요. 새로운 아이디어와, 관점, 새로운 환경, 불편함에 노출시킬 때 우리의 뇌는 계속 움직이고 도전하게 됩니다. 그럴 때 우리는 고정관념을 재구성할 수 있게 된다고 해요. 귀찮고 힘들겠지만 스스로 새로운 상황을 만들고, 새로운 일에 도전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뇌가 계속 다양한 생각들을 조합하게 되고 어렵고 힘든 일일지라도 보다 말랑말랑하고 유연해진 사고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의 일상 중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운동에서 적용을 해봤습니다. 많은 운동을 통해 제 자신을 항상 새로운 상황과 마주하게 하여 고정된 생각을 깨트리고자 시도해보고 있습니다. 경험을 통해서 기존에 가졌던 막연한 고정된 생각들을 탈피해보고 있는 것이죠. 여러분들도 다양한 방법을 가지고 새로운 도전을 해보시길 추천해드립니다.
하나의 시각을 더한다면 건축가들에게 유연한 사고는 어떤 의미로 해석이 될까요? 다양한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서 저희는 꼭 갖추어야 할 필수적 요소입니다. 디자이너는 자신만의 다자인 고정관념에 빠지기 쉽다고 해요. 아무래도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내야 하고 이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사는 게 건축가의 습성이다 보니 그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 보면 클라이언트와의 대화에서 클라이언트에게 맞추기보다 자신의 디자인 성향에 맞추려는 상황이 발생할 때가 많았습니다. 자신의 테크닉과 자신만의 트렌드는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을 모두 듣고 클라이언트의 요구 사항에 맞춰 자신의 디자인 트렌드를 입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항상 유연한 사고를 갖는 노력을 게흘리 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읽은 글을 통한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고정관념 그리고 유연한 사고는 우리가 한 번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데 있어 자신을 돌아보는 시점에서 꼭 다루어 볼만한 주제라는 생각이 드네요. 나는 유연함에 대해서 어떻게 다뤄보고 있는지 자가 점검의 시간을 가져보시길 추천드립니다.
NOTE
자신을 돌아보는데 꼭 무겁고 어려운 주제를 떠올릴 필요가 없습니다. 가벼운 생각에서부터 나를 알아가고 탐구하다 보면 또 다른 나의 새로운 모습을 통해 삶이 더 의미 있는 시간으로 이어지시길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