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데이에 뭘하면 좋을까?

Australia Day in Sydney

by 베짱이 지샘

오스트레일리아 데이(이하 줄여서 오즈데이)는 1788년 1월 26일 영국의 개척이주민(settler)들이 시드니 록스 지역에 최초로 상륙하여 개척한 것을 기념하는 날로 호주 최대의 국경일 중 하나이다. 영국의 개척이주민들에게는 크고 즐거운 역사적 기념일이지만 호주원주민들(Aborigines)에게는 아픈 역사가 시작된 이중적인 의미가 있는 날이다. 그래서 이 날을 하버 브릿지 중앙 위에 호주의 국기와 함께 원주민들을 위한 국기도 함께 걸린다.

오즈데이 안내판
하버브릿지에 에보리진국기도 함께 개양한다.

그리고 원주민들의 아픔과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는 행사와 호주 정착의 시작을 기념하는 즐거움을 나누는 행사들이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 아무래도 즐거움이 더 앞선 날이긴 하다. 1월 한달 내내 진행되는 시드니 페스티벌과 함께 오즈데이가 되면 축제의 절정에 이르게 된다.


2016년의 오즈데이는 1월 마지막주 화요일이였고 다가오는 토요일이면 이제 호주 한달 생활을 마무리 했다. 그래서 오즈데이에는 시드니에 머물며 그 동안 가보지 않아서 아쉬웠던 곳과 한번 더 가보고 싶은 곳, 그리고 축제의 분위기를 즐기는 곳을 찾아 다녔다.


오즈데이에는 처음으로 홈스테이에서 여유있게 아침을 먹고 커피도 마셨다. 주중에는 학교가느라 주말에는 놀러 가느라 바빠서 늘 아침일찍 일어나서 토스트를 먹고 집을 나섰는데 그날은 오즈데이를 맞아 비오는 시드니의 아침을 식탁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작하였다. 떠날 때가 다가 오니 이런 여유도 가지게 되는 구나. 아침 9시쯤 오즈데이를 구경하려 홈스테이 할머니께 인사하러 나가니 할머니도 오늘은 특별히 아들 집에 가서 점심을 드시고 오신다고 했고 우리도 우리 저녁은 먹고 들어 가겠다고 했다. 그리고 할머니는 달링하버의 불꽃 놀이를 추천해 주셨다.


집을 나서니 날은 벌써 해가 나와서 점점 더워지기 시작했다. 나와서 오팔카드로 버스를 타고 일단 서큐러키로 갔다. 서큐러키에 도착하니 립톤에서 프로모션으로 음료수를 나누워주고 휴식처를 제공하고 있었다.

앉아서 차도 마시고 햇빛도 시드니 시티즌처럼 쬐고있다가 11시에 하는 페리 퍼레이드를 보기위한 명당 자리를 찾기 위해 어디를 갈지 고민했다. 오즈데이 오전 11시에 오페리 하우스 쪽에서 달링 하버까지 여러 배들이 동시에 퍼레이드를 하는데 그 모습이 장관이다. 오페라 하우스 쪽은 이미 해안가쪽으로 사람들이 꽉 차있었고 우리는 서큐러키 반대편의 놀이 공원으로 가서 보려고 서큐러키에서 페리를 탔다. 그런데 페리는 버스처럼 이곳에서는 대중교통으로 이용되는 배인데 시드니는 버스나 페리나 정거장에 도착하면 우리나라 처럼 어디에 도착했다는 안내 방송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 같은 관광객은 구글앱을 켜서 도착할 때 까지 긴장을 놓지 않아야 하는데 페리에 타서 서큐러키 다음 선착장이 놀이 공원이였는데 반대편에 앉아 있다가 너무나 부드럽게 정착해서 내리고 타고 출발하는 바람에 못 내렸다. 어쩔 수 없이 그냥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서 어디를 가서 보나 하는 중에 퍼레이드가 시작되어서 배들이 오기 시작하였다. 하버 브릿지 밑에서 부터 엄청나게 많은 배들이 몰려오고 있는데 우리가 있던 곳은 관람 포인트가 아니였던 것 같다. 사진을 찍었는데 제대로 나온 것이 없다. 페리 퍼레이드를 보는 가장 좋은 장소는 해안가가 아닌 높은 곳에서 내려다 봐야 많은 배들을 한번에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최고 관람포인트 장소는 하버브릿지 위였던 것이다. 아무튼 페리 퍼레이들 보는 것은 눈에만 담고 왠지 아쉬움으로만 남았다.


내가 찍은 페리 퍼레이드
공식 홈페이지 안내 사진(출처: sydneyfestival.org.au)

다시 페리를 타고 달링하버로 가서 아침에 스카이다이빙을 하고 온 일행을 만나서 같이 점심을 먹었다. 이미 달링하버에는 관광객을 위해 캥거루 복장을 하고 사진을 찍어주는 사람도 있고 두 명씩 관광객들 사이를 오가며 춤을 추는 사람들도 있고 축제 분위기가 물씬 났다.


달링하버, 관광객을 위한 쇼

그리고 달링하버 쪽에서 케이팝 행사를 했다. 외국인들이 우리 노래에 맞추어 춤을 추고 있는데 제법 잘 췄다. 걸그룹 춤에 남자도 끼여서 추고 있다는 사실. 한참을 신기해서 봤다. 케이팝은 정말 글로벌 하구나라를 생각이 들었다.

케이팝 공연-위아래

점심 때가 조금 지났기 때문에 케이팝 공연을 하는 옆 식당에 들어가서 점심을 먹었다. 먹고 나서 달링하버 끝에 있는 해양 박물관(Australian National Maritime Museum)에 들어가서 무료관광 코스를 둘러 보았다. 인포메이션 센터에 가서 무료관광코스를 가겠다고 하면 손에 도장을 찍어주고 들어가 보라고 한다. 가보면 바다를 개척해 나갔던 위인들 소개와 배나 헬리콥터들이 있다. 그리고 오즈데이를 맞아서 상설로 초중고 학생들의 작품이 있다. 호주에서 원주민과 이주민들이 서로 화합을 하고 살아가야 한다는 의미의 그림들이 아이들 손으로 그려졌거나 만들어져 있어서 인상적이였다. 우리나라로 치면 다문화 가족과의 화합을 위한 노력과 그림을 전시하는 것과 같았다.

호주는 인종차별이 있었다는 말이 있는데 시드니를 관광하면서 동양인에 대해 불편한 표정을 보이는 사람들도 종종 보았다. 특히 오즈데이날은 페리를 타고 내리면서 우리가 줄을 잘 못 섰는지 익스큐즈미 라면서 째려보는 아저씨가 있어서 페리에서 내릴 때 어디에 서 있어야 할지 난감할 때가 있었다. 그런 작은 눈치나 시선에도 관광객으로 온 나도 주눅이 드는데 현지에 살면서 오즈데이를 맞는 원주민들은 어떤 마음일까? 표면적으로는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자고 배우고 실천하려고 하지만 마음 깊이에서는 이주민들의 우월의식이 자리 잡고 있고 이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해양 박물관 전체도 개척민들이 바다에 대한 탐험으로 여기까지 왔는 것의 전시품들로 가득차 있고 그런 도전의식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니 말이다.


아무튼 해양 박물관을 둘러 보고 다음으로 어디를 갈까 하다가 저녁에 달링하버로 다시 돌아오기로 하고 퀸빅토리아빌딩(Queen Victoria Building)으로 갔다. 호주에서는 쇼핑몰이 6시만 되면 모두 문을 닫고 휴일에도 잘 열지 않는다. 그러나 어제 퀸 빅토리아 빌딩에서 본 풀라(Furla)매장의 백이 50프로 세일을 하는데 자꾸 아른 거려서 오늘 혹시나 하나 싶은 마음에 가 보았다. 큐비비로 가니 역시나 오즈데이를 맞아 공휴일에도 모든 쇼핑몰과 백화점이 문을 열고 있었고 우리는 풀라 매장으로 직행했다. 나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연보라색 백을 샀고 나와 함께 갔던 홈스테이 방순이 선배선생님은 본인이 쓰려고, 남자후배샘은 와이프 사주려고 파우치를 샀다. 그리고 우리 셋은 돈을 쓰면서도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나와서 큐비비 지하 1층에 있는 그릇가게로 갔다. 가서 또 우리는 무엇에 홀린듯이 구경을 하다가 방순이 샘이 추천해준 그릇과 예쁜 셋트를 보면서 살까 말까 하다가 이제 기념품이나 사고 싶은 것을 더 사면 안 될 것 같아서 마음을 굳게 먹고 나는 사지 않았고 남자 후배샘은 예쁜 그릇을 사주면 와이프가 좋아한다는 말에 또 그릇을 샀다. 힘들어서 지하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짐을 정리하다가 방순이 샘의 정보력으로 여기서 파는 관절약이 좋다고는 말을 듣고 후배샘은 같이 가서 또 사서 왔다. 아무래도 남자후배샘은 그동안 못 샀던 기념품이나 한국으로 가져갈 물건들을 오늘 다 사는 것 같았다. 한국에 와서 생각해보니 호주에서 살 수 있을 때 사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안 사고 와서 아쉬는 것이 더 많아 지니 말이다. 특히 접시는 정말 사서 올 걸이라는 마음이 아직도 든다.


그렇게 폭풍쇼핑을 마치고 하이디 파크를 지나 세인트메리즈 대성당(St Mary's Cathedral)으로 가니 호주 국기를 나누워 주고 있어서 국기를 들고 사진도 찍었다.

로얄 포타닉 가든까지 걸어가서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브릿지를 한번에 볼 수 있다는 미시즈 매콰리 체어(Mrs Macquaries's Chair)까지 걸어갔다. 뉴사우스웨일스주 2대 총독인 라클런 매콰리의 아내 엘리자베스가 이곳에 앉아 시드니만의 풍경을 보는 것을 즐겼다고 하는데 총독의 아내는 고향을 그리워 해서 영국에서 항구로 오는 배들을 구경했다고 한다. 로약 포타닉 가든이 끝나는 지점에 있고 버스도 없기 때문에 오롯이 걸어가야만 했다. 쇼핑한 백까지 들고 불평을 늘어 놓으며 갔지만 하늘의 구름까지 더해져서 정말 멋진 모습이였다. 총독관이 포타닉 가든 안에 있으니 총독의 아내는 여기까지 와서 볼 만도 했을 것 같다. 보고 있으면 왠지 더 그리워 지고 슬퍼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에게는 오지 않았더라면 아쉬웠을 곳이다. 뷰과 환상적이였다.

미시즈 매콰리 체어에서 본 시드니

사진찍고 둘러보니 벌써 시간은 6시가 되었다. 저녁으로는 시드니에서 맛집으로 유명하다는 울무물루 해리스카페 핫도그집(Harry's Cafe de wheels)을 찾아갔다. 해리스파이 본점이라고 하는 울루물루 점은 매콰리체어에서 멀지 않아서 구글맵을 이용해서 걸어갔다. 본점이라고 할 수 있는 해리스카페는 선착장 옆에 작은 핫도그 점이다. 나는 맛이 궁금했던 타이거파이(Tiger pie)를 먹어 봤는데 아래에는 고기가 들어있는 파이인데 예상 한 것과 달리 맛이 없었다. 다른 일행은 핫도그를 시켜 먹었다. 핫도그 맛은 괜찮았으나 시드니 시내에 있는 해리스카페 핫도그 보다 더 맛있는지 모르겠다. 울루물루 지역은 공식적으로 마약을 파는 지역이라서 저녁이 되면 우범지대로 변하는 곳이라는 말을 듣고 살짝 긴장하면서 먹었던 것 같다. 괜히 그런 말을 들으니 멀리서도 여기까지 와서 우리처럼 핫도그를 시켜먹는 사람들도 있는데 빨리 먹고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더 많아졌던 곳이다. 그냥 모르고 가서 먹고 왔으면 더 마음 편했을 곳이다.

얼른 먹고 버스를 타고 시드니천문대 옆에 있는 바랑가루(Barangaroo)에 선셋 세레모니를 보러 갔다. 바랑가루는 호주원주민과 초기 영국이주민과의 대화의 중재자(interlocuto) 역할을 했던 Bennelong의 아내의 이름이다. 자세한 것은 잘 모르겠지만 호주원주민들을 위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 사전 정보없이 선셋 세레모니라는 글만 보고 간 바랑가루에서의 선셋 세레모니는 원주민 복장을 한 사람들이 선창장 끝에 장작과 지푸라기를 가지고 불피는 곳을 만들고 빙 둘러서서 '우가파파'를 외치며 불을 피우는 행사를 했다. 원주민 복장을 한 사람들 중에는 초등학교 1학년 처럼 보이는 금발의 백인 아이도 있었다. 웃통을 벗고 원주민 복장을 하고 어른들 틈에서 끝까지 세레모니 행사에 참여하며 우카파파를 외치고 있었다. 해가 지는 바다를 배경으로 원주민들이 빙 둘러서 노래인지 주문인지를 외치고 해가 질 때 쯤, 어느새 불이 활활 타오르는 모습은 인상적이였다. 방송으로 중개하는 사람들과 구경하던 사람들도 불이 붙어서 활활 타오르니 모두 박수를 쳤다. 그리고 원주민 여자들이 나와서 음악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쳐 춤을 추었다. 무슨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고통받았던 호주 원주민들을 위한 추모와 앞으로의 원주민들에 대한 배려의 시간이 아닌가 싶다.

세레모니가 끝나고 화장실 가는 길에 세레모니를 했던 공연자들이 있어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우리도 찍고 싶어서 머뭇 거리는데 남자끼리 온 한국 일행의 사진을 우리가 찍어주었고 그들이 우리 사진까지 한번만 더 찍어달라고 공연자들에게 부탁해 주어서 우리도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선셋 세레모니 공연자들과 함께

자 이제 기다리고 기다리던 달링하버 불꽃놀이를 보러 출발을 했다. 정말 하루종일 시드니를 누빈 것 같다. 그러나 못 걸어다닐 정도로 먼 거리가 아니고 조금만 걸으면 다 가가까이 있어서 사실 관광다니기에 좋은 도시이다. 마지막을 장식하러 달링하버까지 걸어가니 정말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미리 가 있던 다른 팀들도 만나고 싶었으나 너무 사람이 많아서 찾을 수도 없고 우리는 그냥 적당한 곳에 자리 잡고 달링하버 불꽃놀이를 보았다. 누군가는 우리나라 불꽃놀이보다는 못하다고 했지만 나는 정말 재미있게 봤다. 달링하버를 벗어나면 불꽃놀이가 보이지 않게 우리나라보다는 조금 불꽃놀이 높이가 낮아 보였다. 불꽃놀이 좋아하는 우리 딸에게도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랄까?

이제 아름다웠던 불꽃놀이를 뒤로 하고 집으로 가는 것이 다시 걱정이 되는 시간. 하루종일 걸어서 다리도 엄청 아픈긴 하지만 알차게 보낸 나 자신에 뿌듯함을 느끼며 저녁 버스시간에 엄청 시끄럽고 매너 없는 외국인들로 가득찬 버스에서 방순이샘과 서로를 의지하며 홈스테이 집에 도착했다. 다음 날 학교를 가니 모두 늦은 저녁 집으로 가는 길이 도전이였다고 한다. 집이 멀고 버스를 몇번 갈아타야 하는 한 분은 어둠속에서 혼자 집에 가는 데 정말 무서워서 뛰어서 갔다고 한다. 아무튼 그렇게 우리의 오즈데이는 끝이 났다. 남은 것 사진과 백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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