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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페스티벌

Sydney Festival in January

by 베짱이 지샘

시드니는 관광객들과 호주인 들을 위한 여러 종류의 페스티벌이 시즌마다 있어서 달링하버와 오페라 하우스 근처는 늘, 언제나, 항상 사람들로 북적인다. 내가 갔던 시드니는 낯선 1월의 한 여름이었다. 1월은 시드니에서는 여름휴가 철이기도 하고 오스트레일리아 데이(Australia Day, 1월 26일)가 있는 달이다.


오스트레일리아 데이(이하 줄여서 오즈데이)는 1788년 1월 26일 영국의 개척 이주민(settler)들이 시드니 록스 지역에 최초로 상륙하여 개척한 것을 기념하는 날로 호주 최대의 국경일 중 하나이다. 영국의 개척 이주민들에게는 크고 즐거운 역사적 기념일이지만 원주민들에게는 아픈 역사가 시작된 이중적인 의미가 있는 날이기도 하다.


시드니 페스티벌의 시작은 여름철과 오즈데이를 맞아 1977년 정부 주관으로 문화예술 페스티벌이 시작되었고 30년이 지난 지금, 오스트레일리아 최대의 문화 예술 행사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그렇게 시작된 시드니의 페스티벌(Sydney Festival)은 1월 7일부터 오즈데이인 26일까지 계속된다. 전체 일정은 m.sydneyfestival.org.au/2016/ 에서 무료 공연부터 시드니 곳곳의 행사 장소 및 일정에 대해서 자세히 나와 있다. 그리고 오즈데이가 되면 시드니 곳곳에 일정표가 붙여지고 행사는 절정에 이르게 된다. 나는 1월 한 달 동안 시드니에 있으면서 페스티벌로 열리는 여러 행사에 참가하게 되었다.

시드니 페스티벌 공식 홈페이지


1. 하이디 파크에서 맥주와 음악을(Around Meriton Festival Village, Hyde Park North)


시드니 페스티벌을 맞이 하여 하이디 파크 쪽 메리턴 페스티벌 빌리지에서 매일 다양한 스케줄로 행사가 열린다. 나는 야외 오페라 공연을 보러 가는 길에 하이디 파크에 들러서 메리턴 페스티벌 빌리지에 가게 되었다. 입장하는 곳에서 스탭 요원이 우리를 불러 세웠다. 신용카드나 신분증을 보여주라고 해서 여권을 가지고 다니지 않은 상황이라서 난처해하고 있는데 born age가 있는 카드 아무거나 한국 운전면허증도 보여 달라고 해서 우리가 겨우 생년월일이 나와 있는 카드를 보여 주었다. 이유는 우리가 아시아 인이라서 어려 보여서 나이를 알기 위해서 불러 세운 것이란다. 왠열?? 나는 1980년 생, 같이 간 언니는 1975년생 우리 생년월일을 보고 두 스텝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라서 우리는 뭐 땡큐라고 했다. 한국인에게 누가 봐도 20이 넘은 우리가 어려 보인다니. 기쁠 따름이다. 아무튼 18+라는 팔찌를 차고 입장하니 이유는 아동들도 입장 가능 한 곳이나 그곳에서는 술도 같이 팔기 때문에 술은 미성년자에게는 팔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음악이 흐르고 음식도 먹을 수 있고 해서 그냥 햄버거랑 베트남 국수, 맥주를 시켜서 적당한 자리에 앉아서 그 분위기를 즐겼다. 시간에 맞추어 가서 여러 활동들에 참여해 봐도 좋고 나처럼 그냥 들어가서 맥주 한 잔 하면서 그 분위기를 즐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2. 야외 콘서트의 매력(Opera in domain, Art Gallery Road, Royal Botanic Gardens)


아트 갤러리 옆 도메인에서는 토요일 오후에 페스티벌에 맞추어 3번의 큰 콘서트가 열린다. 모두 무료이다.

1) 9 January from 5pm: Summer sounds in the damain, The Flaming Lips 락 콘서트이다.

2) 16 January at 8pm: Symphony in the domain 클래식 뮤직 콘서트이다.

3) 23 January at 8pm: Opera in the domain 오페라의 아리아를 들을 수 있는 콘서트이다.

오페라 콘서트 안내

그중에서도 나는 주말마다 멜버른이나 섬 투어를 떠난다고 가보지 못하고 23일에 열린 오페라 콘서트에 가게 되었다. 내가 간 시간은 막 콘서트가 시작하려는 7시 50분쯤 시간이었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넓은 잔디밭에 줄을 잘 맞추어 앉아서 공연을 기다리는 사람들에는 나이가 지극하신 분들부터 연인들까지 다양했다. 의자를 대여한 사람, 자기 의자를 가져온 사람, 담요를 깔고 앉은 사람, 그리고 와인잔과 먹을 것을 가져와서 소풍처럼 즐기는 사람 등 다양한 그림들이 펼쳐져 있으나 그렇게 많은 사람이 있으면서도 너무 조용하게 있다는 사실.

아무래도 저녁에 오랜 시간 관람하려면 의자가 필요할 것 같아서 그곳에서 대여해주는 의자 두개를 빌려서 자리를 잡기 위해 배회를 했는데 꼽사리 끼기가 쉽지 않았다. Can I take a seat here? 을 연발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자리에 앉아도 되는지 물었는데 일행이 올 거라는 사람, 자리는 있지만 I don't think so. 라며 거부하는 아저씨 등 몇 번을 그러다가 인상 좋은 할머니가 여기 옆에 앉으라고 해서 우리는 사이가 떨어진 채로 앉았다. 여름이지만 해가 떨어지면 시드니는 춥다. 그래서 야외공연을 볼 때는 담요나 긴 팔 옷을 꼭 챙겨가야 한다. 그리고 먹을 것도 준비하고 좀 일찍 가서 원하는 자리를 앉는 것이 좋겠다.

오페라 공연은 정말 멋졌다. 노래도 좋았지만 그 분위기가 환상적이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으면서도 중간에 일어서는 사람도 소란을 일으키는 사람도 없다. 야외에서도 유리 와인잔을 가져와서 먹으면서 오페라의 아리아를 따라 부르는 다양한 연령대와 정말 오페라를 즐기는 현지인들을 보며 내가 시드니에 정말 흡수되어 살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야외공연은 정말 꼭 가보길 바란다.


3.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서 합창 교향곡을


유럽을 주 무대로 하는 the Orchestra Anima Eterna Brugge가 베토벤 심포니 1번부터 9번까지 기간을 나누어서 시티홀에서 공연하였고 마지막 9번 합창 교향곡은 오페라하우스 콘서트 홀에서 공연을 했다. 예약을 위해 갔을 때는 이미 싸고 좋은 자리는 나가고 없어서 우리는 오케스트라 뒤에서 지휘자를 볼 수 있는 자리를 예약했다. C석보다 더 쌌고 자리도 생각보다 괜찮았다. 오페라하우스에서 가장 크다는 콘서트홀도 구경하고 베토벤 합창교향곡도 들을 수 있는 1석 2조의 공연이었다.


베토벤 합창교향곡 공연 안내

저녁 8시 공연을 위해 일찌감치 가서 오페라하우스 근처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고 오페라하우스로 가서 짐을 맡기고 들어갔다. 들어가면 관람객을 위한 별도의 발코니와 바가 있어서 커피나 와인, 맥주를 먹으며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발코니로 나가 하버브릿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데 한 잘생긴 남자가 와서 찍어주겠단다. 폴란드에서 혼자 여행으로 왔다고 하고 우리 사진을 찍어주고 폴란드 남자 사진도 찍어주었다. 여행 초기였다면 이것저것 묻고 친밀감을 나타내었을 텐데 여자 넷이 와서도 말 걸어준 외국인에 관심이 없다. 혼자 와서 심심해하는 폴란드인을 뒤로하고 우리는 공연을 보러 입장.


콘서트홀은 지난번 오페라 라보엠 공연을 위해 갔던 공연장보다 훨씬 크고 객석이 무대를 둘러싸고 있는 구조로 아름다운 공연장이었다. 천장의 샹들리에도 아름답고 객석의 관객도 배경이 되어 주었다.

클래식에 잘 익숙하지 않더라도 합창교향곡 마지막 부분의 합창 부분은 다들 익숙할 것이다. 그리고 심포니 9번을 모두 들어 보면 3악장이 정말 아름답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한 시간가량의 공연이 끝나고 오케스트라의 여운만 남았다.

합창교향곡이 끝나고 무대인사

이 밖에도 서커스부터 다양한 유료, 무료 공연이 있고 토요일마다 달링하버에서는 불꽃놀이도 있었다. 문화 예술을 사랑하고 즐기는 도시임이 확실한다. 우리말로 예술하면 거렁뱅이 되기 십상이라고 하는데 여기는 그렇지도 않은가 보다. 홈스테이 근처에도 곳곳에 갤러리가 있고 아트갤러리는 말해 입 아플 만큼 멋지고 오페라든 오케스트라 공연이든 비싼 돈을 주더라도 관람을 하는 유료관객이 있다. 메리턴 빌리지에서 본 소규모 무대에서는 자신의 공연을 즐기는 사람들, 길거리 공연에서 조차 클래식 연주로 넘쳐난다. 더군다나 시드니 페스티벌 기간에는 뭘 보러 가야 하나 모를 정도이다. 시드니에 다시 올 기회가 생긴다면 나는 또 1월의 시드니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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