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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그 석양의 추억

왓슨스 베이, 시드니천문대, 오바 O'bar

by 베짱이 지샘

시드니에서 돌아 온 지도 한 달이 되어 간다. 정말 내가 그 곳에 있었나 아득하기만 하다. 돌아와서 가장 기억에 남는 시드니의 추억이 무엇이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아름다웠던 곳이라도 바쁘게 지나갔던 곳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을 꼽으라면 시드니의 일몰을 보았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번에는 시드니에서 보았던 아름다운 일몰의 추억을 소개하고 싶다.


1. 왓슨스 베이 Watsons Bay


대부분의 관광객들에게도 아름다운 석양으로 많이 알려진 곳이다. 시드니의 가장 동쪽 끝에 나와 있는 베이로 이 곳에서 보면 시드니 타워와 하버브릿지를 배경으로 석양을 볼 수 있다. 가는 방법은 서큐러키에서 패리를 타고 갈 수도 있고 버스를 타고도 갈 수 있다. 우리는 수업을 마치고 오늘은 꼭 왓슨스베이에 가서 저녁을 먹고 석양을 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서큐러키에 갔다. 도착한 시간이 4시쯤이였는데 이미 오팔카드로 왓슨스베이까지 가는 것이 끊겼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로즈베이까지 패리를 타고 가고 그 곳에서 버스를 타고 왓슨스베이까지 가기로 했다. 우리에게 구글맵만 있으면 못 갈 곳이 없다.

왓슨스 베이에 버스로 도착하면 공원을 가로 질러 베이로 갈 수 있다. 왓슨스 베이 반대쪽에는 파피용영화의 배경이였던 절벽(Gap park)이 있다. 일명 자살절벽인데 정말 떨어지면 저세상을 갈 것 같이 아찔하다. 아무튼 우리의 목표, 왓슨스베이로 발길을 돌렸다. 왓슨스베이는 그리 크지 않은 만으로 요트가 정박되어 있고 해안가를 따라 식당이 있다. 그 중에서도 피쉬앤 칩스가 유명하고 석양을 보기에 좋다고 소문만 도이리스 레스토랑에 갔다. 5시 반쯤 도착하니 가장 바깥쪽은 예약이 이미 되어있고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4명이서 피쉬앤 칩스 종류를 두 개 시키고 맥주를 각자 시켰다. 나는 애플사이다 종류의 맥주를 시켰는데 역시 실패가 없다. 6시 반이 지나니 모든 자리가 차고 다른 테이블은 칩스 말고도 해산물 요리를 시켜먹는데 맛있어 보였다. 다음에는 해산물 요리를 시켜먹어봐야지. 그렇게 우리의 여유로운 저녁식사가 시작되었다. 시드니의 여름 일몰은 저녁 8시쯤이라서 계속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려면 여유있게 먹지 않을 수가 없다. 호주는 접시가 비워지면 테이블의 접시을 치워버린다. 빨리 나가라는 말은 아니라고 하지만 우리가 느끼기에는 왠지 다른 것을 더 시켜야 할 것 같은 무언이 압박을 받는다. 아무튼 우린 그런 압박감에 다 먹고 디저트까지 시켜 먹었고 점점 주변은 붉게 물들어 갔다.

이제 저녁 7시 40분쯤 디저트까지 다 해결하고 이제 더 있기보다 그냥 베이로 나가 보았다. 해변가에서 보는 석양이 사실 더 좋았다. 해 질때까지 앉아서 본 베이는 너무 고즈넉하고 아름다웠다. 이곳에서 살면서 주말이면 요트를 타고 매일 석양을 본다면 어떨까? 여기 살고 있는 사람들은 매일 보는 석양을 어떻게 마주할까? 나에게는 낯선곳에서의 다시 못 볼 수 있는 아쉬움까지 더해서 계속 눈에 담고 싶은 광경이였다. 그래서인지 지나고 나서도 계속 생각나는 곳이다.


2. 시드니 천문대 Sydney Observatory


시드니 천문대는 하버 브릿지 옆 언덕에 위치하고 있다. 천문대도 수업을 마치고 점심을 먹고 시내를 거쳐서 가니 4시 50분!! 마치기 10분 전이라고 한다. 현대적 천문대를 생각하고 갔는데 기대와는 달리 클래식하고 야간투어를 신청하면 별도 볼 수 있다. 천문대를 정말 후다닥 보고 천문대를 나와 오른쪽으로 돌면 큰 나무가 있고 하버브릿지를 볼 수 있다. 우린 또 여기서 지는 해를 보며 느긋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5시부터 천문대 뒤쪽 벤치에서 앉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록스로 내려가서 유명하다는 독일 맥주집에서 맥주와 소세지를 먹고 다시 올라와서 어둠으로 덮히는 하버브릿지를 감상했다.


뷰 포인트라서 관광객들도 간간히 보이고 맥주나 음료수를 가지고 와서 잔디에 앉아 먹는 사람도 보인다. 휴대폰으로 가요를 들으며 있으니 한국이 그리워 지면서도 너무 여유롭고 좋았다. 시간이 된다면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고 천문대에 올라가 뷰만 감상하길 바란다.


3. 오 바 O bar

시드니에서 뷰를 감상할만 곳으로 시드니타워가 있지만 현지인들이 추천하는 곳은 O bar였다. 오바는 오스트레일리아 스퀘어(Australia Square)빌딩 47층에 있는 회전식 bar로 가서 저녁을 먹는다면 비싸지만 칵테일정도 시켜서 시드니 전체 전망을 감상하기 좋다. 한바퀴 도는데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우리는 늦은 점심과 커피, 그리고 디저트를 하고 온 터라 6시 30분 쯤 바로 바에 올라갔다. 올라가면 헐리우드 배우같이 머리길고 늘씬한 아가씨가 우리를 안내해준다. 쇼파도 푹신하고 해지기 전의 시드니도 아름답다. 칵테일과 안주를 좀 시키고 거의 9시 40까지 있었다.

오바에 간 날은 시드니에서의 생활이 3일 남은 시점이었다. 해질녘 부터 늦은 저녁까지 오바에 앉아 있으니 사실 나가기 싫을 정도 였다. 또 언제 와 볼까 하는 생각 때문이겠지. 같이 같던 친구들도 그래서 인지 생각보다 정말 늦은 시간까지 사진도 찍고 그 동안의 생활도 이야기하였고 시드니 생활을 마무리하는 시간이 되었다. 사진을 정리하며 보니 남는 것은 사진뿐이라는 말이 이래서구나 싶다. 계속 열어보며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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