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가 또 다른 아이들과 싸웠다
반에 A가 또 다른 아이들과 싸웠다. A의 엄마는 작년까지 이러지 않았다고 한다. 전에는 이러지 않았다고, 늘상 그런 부모들이 하는 말이다. 이유야 어쨌든 본인 화를 주체하지 못해서 친구를 때렸다. 친구가 말로 놀릴 수도 있고 기분 나쁘게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것이 때리는 것을 정당화 하지는 않는다. 친구 얼굴에는 상처가 났고, 화가 난다고 말리는 친구까지 배와 다리를 때렸다. 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
A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이야기해보라고 했고 글로도 써보라고 했다. 집에 가서 때린 친구에게 사과 편지도 써오라고 했다. 그렇지만 속으로 나를 욕하는 눈빛을 보았다. 저런 아이와 기싸움에서 지지 않아야 하는데 나이 들다 보니 그것도 너무 힘들고 그렇다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잘못하다가는 아동학대 신고나 받는 처지이다.
다친 아이의 부모에게 전화를 해서 사정이야기를 하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내가 책임지고 지도하겠다고 했다. 원하시면 학폭신고를 하셔도 된다고 했다. A의 엄마에게도 상황을 말하고 다친 학생들의 부모에게 전화해 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다행히 다친 아이들의 학부모들이 이해를 해주고 사과를 받아주었다. 폭력의 지속성이 있을 때는 신고 의무가 있고 이런 경우는 교육청으로 바로 넘어가게 된다. 제발 더 이상 친구를 때리지 않기를.
해마다 올해는 좋은 아이들을 만나길 빈다. 살얼음판을 걷듯, 오늘도 무사히 지낼 수 있음을 감사해야 한다. 감사해야지, 월급주니 깐. 그 월급으로 내 아이들 키울 수 있으니.
반에서 그동안 해왔던 학급활동 다 하지 않기.
배움 공책 정리도 원하는 아이들만 해오라고 하기, 일기 쓰기도 독서록도 억지로 시키지 않기, 다시 해오라고 하지 않기, 모르는 것 다시 붙잡고 가르치지 않고 그냥 넘어가기.
내가 열심히 가르쳤던 것과 모든 것이 반대이지만 시대가 바뀌었고 아이들 역량도 다르기 때문에
오늘도 무사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