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번 주 금요일이면 여름방학이다. 여름방학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학교에서는 업무가 꽤 많은 편이다. 그리고 반 아이들과도 학기마무리를 하려면 이리저리 바쁘다.
우리 반은 목요일 학급 장기자랑을 한다. 사회자도 뽑았고 프레젠테이션도 만들었고 진행요원도 뽑아 두었다. 아이들은 짬짬이 장기자랑을 준비하고 있다. 발표회는 교실이 아닌 다목적실을 빌려서 제대로 무대에 오르는 느낌을 주려고 한다. 해마다 학기말에 학생들이 무대에 설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우리 반만 하기도 하고 옆반 하고 같이 하기도 하고 마음이 맞으면 학년전체 학급이 다 모여서 꿈끼자랑 발표회를 했다. 아이들은 되든 안되든, 잘하든 못하든 그냥 무대에서 한번 주인공이고 싶어 하고 그런 것을 격려했다. 영상과 사진으로 공유하기도 하지만 돌아보면 이불 킥인 장면들도 있어서 사진과 영상은 반 아이들과만 공유를 하거나 하지 않은 적도 있다.
" 선생님 꼭 해야 해요?"
" 그런 거 묻지 마라. 선생님이 언제 안 하거나 못했다고 뭐라 한 적도 없고 학급에서 하는 것 그래도 해보려 는 마음으로 늘 참여하면 좋겠구나. "
그렇게 말하면 스스로 판단을 한다. 할지 말지. 세상은 늘 판단의 연속이고 그 판단을 계속 교사에게 요구하지 말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기를. 그리고 그 판단과 선택이 자신과 가족과 그리고 이웃에게도 도움이 되는 길이길.
학교 업무도 담임 고유의 업무들도 있지만 학년 업무도 학교 업무도 있고 내 담당 업무도 있다. 어떤 것은 갑자기 주어지기도 한다. 학년 분위기가 좋을 때는 학년 부장이 아니더라도 서로 나서서 챙겨주고 돌아가며 일을 하기도 하지만 아닌 경우는 자기 반이 아니면 절대 나서지 않는다. 그럼 오롯이 챙겨야 하는 학년 부장의 몫. 그래도 학년 교사들에게 맡기면 제 때 내는 경우도 있지만 끝까지 늦어지는 경우도 있고 모아서 할 일인데도 안 하겠다고 하거나 자기 반은 빼주라고 하거나 다양하다. MZ교사들이 그런 다지만 경력이 있는 교사들도 그런 경우도 많다. 그런 경우 부장인 교사는 그냥 다 챙겨서 가야 한다. 그래서 승진을 원하거나 이동이 필요해서 점수가 필요한 교사가 아니고는 부장을 안 하려고 한다. 업무도 업무이지만 사람과의 관계에서 조율도 힘든 법이다.
<학년 부장에게만 오는 메시지들>
- 월요일 갑자기 부장회의 있습니다.
- 체험학습 신청이 있습니다. 학년에서 의논하시고 결정해 주세요.
- 금연교육, 경제교육, 성교육, 기타 등 교육 학년에 의논해서 신청해 주세요.
- 공연소식이 있습니다. 학년에 의논하고 학생들 공연 참석할지 알려주세요.
- 학년에 배부할 종이 두었습니다. 학년에 배부해 주세요.
- 우유 급식 조사합니다. 취합해서 알려주세요.
- 조사설문지 있습니다. 학년에서 모아서 취합해 주세요.
- 학교 공개의 날입니다. 학년선생님들과 함께 작품 전시 부탁드리고 전시장 정리 해주세요.
- 학년에 전달해 주세요.
- 학년 모아서 취합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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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루 말할 수 없이 많고. 학교가 작으면 학년부장을 한다고 해서 부장점수가 있지도 않다. 월급은 점수받는 부장이 되면 15만 원을 더 받을 수 있다. 그냥 15만 원 받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이런 모든 것들이 작고 사소한 것이지만 구멍이 나면 안 된다는 것.
그래도 여름방학이 있으니. 잠시 쉼이 있으니. 또 달려 보는 것이다. 어디서 교사들 여름방학에도 나와야 한다고 하는 의견이 있더라. 교사는 연가도 학기 중에 쓰지 않고 연가보상도 없다. 휴가도 없다. 방학 동안 휴가를 쓰기도 하고 연수를 듣기도 하는 것이다. 잠시 아이들과의 거리 두기가 있어야 또 반갑게 아이들을 맞을 수 있고 학교업무를 할 수 있으니. 정작 가르치는 것보다 학생, 학부모 상담과 민원처리에 교사들이 많이 지쳐있음을 이해해 주길. 내 자식이 교사하겠다고 하는데 절대로 하지 말라고 뜯어말리고 있다. 너는 더 공부 열심히 해서 더 좋은 곳에서 일하라고 알려주고 있으니 교사라는 직업이 방학이 있다고 절대 편하지 않고 배 아파할 존재가 아님을 알려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