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려는 것 2.

by 윤타

2. 조금 단순하게(거칠게) 말하면 ‘가르치려는 것’은 나를 ‘남과 분리하는 것’이고 ‘알려주는 것’은 ‘남과 함께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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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소설을 읽지는 못했지만 헤르만 헤세의 ‘유리알 유희’는 지금껏 읽은 소설 중 언제나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 무척 좋아하는 소설이다. (어쩌면 가장 좋아하는)


특히 좋아하는 부분은 주인공 요제프가 ‘음악 명인’을 만나는 장면이다. 이상적인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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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요제프 크네히트는 음악 명인이 자신을 만나준다는 사실에, 그가 자기에게 말을 걸고 자기를 시험하고 나무라거나 칭찬하려는 것에 엄청난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을 느꼈다. 그것은 기적 같은 일이었다.


그 음악 명인은 다음과 같이 묘사되었다.


‘그는 백발이 성성한 남자로 아름답고 밝은 얼굴을 하고 있었으며 꿰뚫어 보는 듯한 눈은 연한 푸른빛이었다. 두려움을 느낄 수도 있는 시선이었지만 청량하게 밝았으며, 웃거나 미소를 짓는 시선이 아니라 조용히 빛을 발하는 평온하고 명랑한 시선이었다.’


음악 명인은 소년 크네히트를 부드럽게 이끌며 함께 음악을 연주했다. 소년은 지금까지 배웠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그 순간 배웠으며, 엄청난 희열을 느꼈다.


연주가 끝난 후 음악 명인은 무어라 말할 수 없이 정답게 소년을 바라보며 말했다.


“음악을 연주하는 것만큼 두 사람을 가깝게 하는 게 없지. 참 아름다운 일이야. 우리는, 너하고 나는 언제까지나 친구로 남겠지. 너도 푸가 만드는 법을 배우게 될 게다. 요제프.”


이후 음악 명인은 요제프의 학창생활 중 가장 든든한 스승이자 친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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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요제프 크네이프와 백발의 음악 명인은 ‘가르침’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음악 자체가 너무 좋아서 견딜 수 없다는 듯 즐겁고 행복하게 음악으로 교류한다.


음악 명인은 소년 요제프를 ‘가르치려’ 하지 않았고 음악으로 느낄 수 있는 행복과 희열을 ‘알려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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