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여행.

by 윤타

‘꽤 오랜 장마가 끝나고 햇빛이 쨍한 맑고 화창한 날이 지속되자 그때서야 비로소 내가 얼마나 흐린 날을 좋아했는지 실감하게 되었다.’


(너는) 어느 날 갑자기 이렇게 시작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 첫 문장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너는) 햇빛이 따스하게 비치는 화창한 날의 맑은 하늘, 혹은 시원하게 펼쳐진 드넓은 바다를 바라봐도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어느 곳에 가더라도 자유롭다거나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좁은 방 안에 있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무한에 가까운 우주 속에 먼지보다 작은 이 세상이 감옥처럼 느껴졌다.


(너에게는) 이 세상이 영화 ‘트루먼 쇼’의 세트장이나 ‘다크 시티’의 실험실과 다를 바 없었으며, 여행은 한 평도 안 되는 독방에서 근육이 퇴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억지로 방구석을 왔다 갔다 하는 운동에 불과했다. 여행도 별 느낌이 없지만 방구석에 가만히 있는 것도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그래서 (너에게) 여행이란, 방구석을 왔다 갔다 하는 것과 방구석에 가만히 있는 기간을 기계적으로 섞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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