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는 내가 모든 일을 중지하고 자살하고 싶은 욕망을 느끼게 할 만한, 쾌활함으로 가장된 어떤 소음도 없었다. 행복이 솟아올랐다.”
<떠도는 그림자들> 파스칼 키냐르. 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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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활함으로 가장된 소음’의 대표적인 예는 ‘사회적 웃음’이 아닐까.
상사에게 아부하기 위해 억지로 웃는 웃음, 주변 사람들에게 내 존재를 알리기 위해 일부러 크게 웃는 과장된 웃음, 궁금하지도 않은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웃는 웃음, 즐겁고 행복해서 웃는 웃음이 아니라 남에게 보이기 위한 객체로서의 웃음.
이 웃음소리(소음)에서는 불행과 억압과 삶의 고통이 배어있다. 식당과 카페, 길거리 등 인간이 모인 모든 곳에는 이 소음이 존재한다.
그동안 읽은 파스칼 키냐르가 쓴 모든 글 중에서 가장 깊이 와 닿는 문장이다. 다행히 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 주변에는 어떤 소리도 없다. 키냐르의 글처럼 행복이 솟아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