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어느 소설의 서두 부분이나 연극의 제1막에서 벽에 걸린 ‘장총’이 묘사되거나 보이면 끝나기 전에 그 장총을 쏘게 된다."
체호프가 한 말로 알려져 있는데 어디서는 ‘권총’이라고도 하고 그냥 ‘총’이라고도 한다. 체호프가 아닌 푸시킨의 말이라고도 한다. 어떤 말이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유리 로트만은 이 체호프의 법칙은 확정된 장르, 경직화된 장르 안에서만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장르를 벗어난 이야기라면 총이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어쨌든 일반적인 장르에서 그 총을 발견한 관객은(독자는) 그 총이 발사되기를 기대할 수도 있고, 아니면 단지 긴장감을 주는 장치로만 끝나기를 바랄 수도 있다. 아니면 관객의 예상을 방해하는 장치로 활용할 수도 있다.
최근에 본 영화 중에 이 ‘총’을 ‘경직’되게 (로트만의 말마따나) 제대로 활용한 인상적인 영화는 단연 ‘조조 래빗’이었다. ‘신발’이 그 역할을 한다. (아직 못 보신 분께는 죄송합니다.)
그런데 체호프가 (혹은 푸시킨이) 이 장치를 ‘총’이라는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는 강력한 무기로 비유했듯이, 이 장치는 좀 과격한 면이 있다. ‘조조 래빗’의 그 신발도 좀 과격했다. 강한 재미를 (충격을) 줘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것이 느껴졌다.
이런 '총'이나 반전에 지친 것일까. 요즘에는 재미는 좀 없을지라도 밋밋하고 잔잔한 이야기에 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