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과 수단

by 윤타

그는 시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시를 공부하고 토론하는 시인들의 모임에 참석하고 문예창작 수업도 듣고 있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지 20년 정도 지났다. 그가 시인이 되었다는 소식을 아직 듣지는 못했다. 그리고 그가 쓴 시를 보지 못했다.


곰곰이 기억을 되짚어 보니 그는 '시인이 되고 싶다’라고 말한 적은 있지만 '시를 쓰고 싶다’라고 말한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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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내 수업을 들었던 학생에게 연락이 왔다. 그 학생은 시인이 되었다고 한다. (메일에 등단했다고 쓰여있었다.) 단순한 안부 연락이 아니라 협업을 제안했다. 자신의 글과 나의 영상 작업을 결합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내 수업을 들었을 당시 작업이 무척 좋았고 글도 잘 썼다. 그리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해서 글을 쓰고 싶다고 말했던 것도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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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장을 본 기억이 난다.


"예술을 하고 싶은가, 예술가가 되고 싶은가."


예술은 목적이고 예술가는 수단이다. 사람을 대상, 도구, 수단으로써의 인간, 물화된 인간으로 보는 경우 목적과 수단이 바뀐다. 예술가가 목적이고 예술은 수단이 된다. 직업이 목적이 되면 사람은 도구(물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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