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 따르면, 가장 좋은 시는 그 창조의 노력을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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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꽤 재미있다. 눈을 떼기 힘들 정도로 매 순간 관객을 사로잡는다. 시나리오가 허술함 없이 탄탄하고 꽉 짜여있다. 이렇게 만들기 위해 수없이 고치고 또 고치지 않았을까. 콘텐츠를 만든 사람들(작가, 감독 등)이 무척 고생했을 것 같다.
얼마 전 우연히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1977)>를 보게 되었다. 요즘 영화와 비교하면 액션도 허술하고 이야기 전개도 느릿느릿하다. 잔인하고 충격적인 장면도, 허를 찌르는 반전도 없다. 그런데도 묘하게 '지루하면서도' 재미있다.
물론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가 <시학>에서 말하는 ‘좋은’ 콘텐츠는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요즘 영화처럼 ‘어때, 이래도 안 재밌어?’라며 관객을 윽박지르는 듯한 불편함은 없는 것 같다. 관객의 숨을 조이는 콘텐츠가 범람하는 요즘 시대에 가끔은 ‘허술한’ 콘텐츠가 보고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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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애니메이션 ‘찰리 브라운’을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