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적 소리

by 윤타

조용한 휴일 낮의 정적을 깨고 갑자기 창 밖에서 시끄러운 자동차 경적 소리가 들렸다.


주택가의 좁은 골목이라 누군가 앞에서 주차를 하거나 골목을 돌아나갈 때 뒤차가 지나가지 못하고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경적을 울려봐야 서로 기분만 상할 뿐 시간이 단축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오늘 경적 소리는 좀 심하다. 강박적으로 경적을 끊임없이 울려 대는 것이 마치 ‘당장 내 앞에서 비키지 못할까. 이 미천한 존재가 어디서 감히’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궁금해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적 소리의 주인공은 흰색 BMW세단이었다. 배달 오토바이가 골목 한쪽에 정차를 하고 배달 기사는 단말기를 검색하고 있었다. 배달지 주소를 찾는 모양이다. 뒤차가 경적을 울리자 왼손으로 지나가라고 손짓을 하고 있었다. 좁긴 했지만 지나갈 수는 있는 공간이다. 만약 운전이 서툴러 지나가기가 좀 힘들면 차문 유리창을 내리고 비켜 달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뒤차는 아무 말 없이 계속 경적만 울려댄다.


결국 배달 기사는 오토바이를 몰고 그 차의 운전석으로 가서 항의했다. 운전자도 창문을 내리고 말싸움을 시작했다. 그런데 둘 다 욕설도 반말도 하지 않는다. 의외로 점잖은 말투다. 자신에게 불리한 말을 하지 않으려는 티가 역력하다. 블랙박스 때문인 것 같다.


말싸움을 끝내고 자동차는 그 자리를 뜨면서 욕설 대신 경적을 울려댔다. 오토바이도 그 뒤를 쫓아가면서 경적을 울렸다. 경적소리가 점점 멀어지는 것이 들렸다.


그 둘은 모두 20대 정도로 보이는 젊은 남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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