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존재가 말했다.
"한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
곰곰이 생각한 다음, 이렇게 소원을 말했다.
"모든 소원을 들어주는 구슬을 주세요."
이 말을 한 순간 바로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들어주는'이 아니라 '이뤄주는'이라고 말했어야 했다. 소원을 '듣기'만 하는 구슬이라면 다른 구슬과 아무런 차이가 없는 것이다. (겉모양이 멋지면 장식품으로는 괜찮을 듯)
그런데 실은 그런 말실수 같은 건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 존재는 이렇게 말했다.
"그건 반칙이다. 소원은 단 하나만 이뤄줄 수 있다."
"그럼 세계 평화를 이뤄주세요."
그 존재는 이렇게 말했다.
"그 소원은 70억 인류와 이 지구 위 모든 존재에 관한 소원이다. 소원은 '한 개체'에만 관련된 개인적인 소원이어야 한다."
'거 참 까다롭네, 속이 좁은 '존재'로군.'
한참을 다시 생각하고 말했다.
"이 세상의 모든 언어를 원어민처럼 할 수 있도록 해 주세요. 스타워즈의 C-3PO처럼요."
소원은 이뤘지만 크게 쓸모는 없었다. 한국어로 되어 있는 훌륭한 자료도 평생 다 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사람을 만나지도 않으니, 어느 영화에서처럼 이탈리아인 세프가 있는 멋진 레스토랑에 가서 능숙한 이탈리아어 실력을 자랑할 일도 없었다. 사람들 틈에 있는 것을 고통스러워하니 통역사를 할 수도 없었다. 번역일을 하자니 고되고 귀찮다. 결국 한 가지 소원은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