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신체)

by 윤타

몸은 행위의 매체이자 고난의 원인.


몸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무방비로 노출된다는 것, 수많은 통제 불능의 영향에 종속된다는 것, 완전한 자기 지배의 능력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몸은 우리가 결코 선택할 수 없는 물질 덩어리며, 우리는 결코 몸을 완전히 소유할 수 없다. 몸은 한편으로 우리의 표현 매체지만 또한 자기 고유의 밀도와 부분적 자율성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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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 이글턴의 '유물론'을 읽다가 다큐 영화 '바우하우스'를 보게 되었다. 둘의 공통된 주제는 ‘몸(신체)'이다.


영화 '바우하우스'에서 디자이너 '로잔 보쉬'는 학교 하나를 설계한다. 그 학교는 교실이 없다. 어린이들은 자연과 비슷하게 구성된 그 공간을 '돌아다니며' 무언가를 배운다. '돌아다닌다'는 것이 중요하다. '몸'을 쓰기 때문이다.


로잔 보쉬는 교실에 가만히 앉아 몸이 아닌 정신과 뇌로만 배운다는 것은 이상한 개념이라고 말한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맥락)에 따라 소통 방식이 바뀌며, 디자인에서 중요한 건 신체(몸)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유물론에는 '역사적 유물론', '변증법적 유물론', '생기론적 유물론', '문화적 유물론', '의미론적 유물론' 등 여러 가지가 존재한다. 그 범위가 넓어서 신을 믿는 유물론자도 충분히 가능하다. 유물론들의 공통점은 아마도 인간이 세상에서 특권적인 지위를 차지한다는 인본주의를 의심한다는 것에 있을 것이다.


아마도 로잔 보쉬는 신체적 유물론자 somatic materialist 일 것 같다. 우리의 몸(신체) 안에, 몸을 움직이는 행동 안에 주체성의 일부와 의식적 정신이 들어있다는 생각은 오히려 우리를 자유롭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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