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의 변이와 증식

by 윤타

“인간들은 무언가를 감추고 싶을 때만 설명을 한다. 거짓말을 할수록 더 많은 설명이 필요해진다. 많은 문서가 존재한다는 것은 인간이 그만큼 많은 거짓말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 글을 기록해 놓긴 했는데 어디서 봤는지 기억나지 않아 아쉽다. 다음부터는 출처를 제대로 기록해야.


이 글 ‘덕분’에 예전 직장이 생각났다.

종이 서류 하나를 작성하고 그 종이 서류를 전자 문서로 만들어 업로드했다. 그리고 업로드했음을 증명하는 결재 문서를 만들고 그 결재 문서에 전자 서명을 올리는 문서를 만들고 그 결재 문서와 다른 문서를 취합하는 종이 문서를 만들고 그 취합한 문서가 정확한 것인지 결재하는 문서를 만들고...


결국 문서 하나가 7~8개 정도로 불어났다. 문서가 이렇게 증식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높은 직급’에 있는 인간들이 자신이 어떤 일을 했다는 것을 ‘증명’ 하기 위해서였다. 정확히는 그들이 ‘어떤 일을 했다는 것’이 아니라 실무자에게 ‘어떤 일을 시켰다는 것’을 기록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들은 이런 많은 문서들을 조직의 대표에게 제시하며 자신들이 이렇게 많은 일을 했다고 ‘자랑’한다. 위의 글처럼 자신의 무능을 감추기 위한 거짓말을 많이 할수록 더 많은 문서가 바이러스처럼 변이하고 증식한다.


요즘에는 많은 조직에서 이런 비효율적인 문서를 줄이고 있는데, 얼마 전에 직원이 몇 명 되지 않는 한 작은 갤러리에서 이런 짓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때 나왔던 말이 “어디서 못된 것만 배워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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