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를 정리하다가

by 윤타

메모장을 정리하다가 이 글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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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9년, 1848년의 세계 혁명은 50개국에서 거의 동시적으로 일어났지만 어디에서도 권력을 탈취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프랑스혁명의 영향으로 보편적인 초등교육 시스템이 여러 지역에서 시행되었다.


1917년 러시아 혁명도 뉴딜정책과 유럽식 복지국가들을 만들어내는데 큰 영향을 주었다.


1968년의 세계혁명도 거의 전 지구적으로 일어났지만 어디에서도 권력을 잡지는 못했다. 하지만 다시는 혁명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가장 큰 유산은 현대 페미니즘의 탄생일 것이다.


‘권력’이란, ‘조직(집단)적인 폭력’을 의미하는 완곡한 단어에 불과하다.


혁명이 하는 일은 권력을 ‘탈취’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제거’하는 것이며, 다시는 이전의 야만으로 돌아갈 수 없도록 삶의 기본 개념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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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을 읽고 메모한 것 같은데 출처를 적지 않았다. 갑자기 어떤 책인지 몹시 궁금해져서 비슷한 내용이 있을 것 같은 책을 뒤졌다. 데이비드 그레이버의 <우리만 모르는 민주주의>였다. 다행히 전자책이라 검색 기능이 있어서 쉽게 이 문장들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 문장, “혁명이 하는 일은 권력을 ‘탈취’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제거’하는 것이며, 다시는 이전의 야만으로 돌아갈 수 없도록 삶의 기본 개념을 변화시키는 것이다.”를 찾을 수가 없었다.


이 문장 속에 있는 단어 하나하나를 검색하고 이 문장이 있을만한 부분을 다시 찾아 읽어도 이 문장은 없었다. 곰곰이 기억을 되짚어 보니 한 챕터를 요약해서 메모한 것이었다. (앞으로는 반드시 책 내용 그대로 옮긴 것과 요약을 구분해서 메모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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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68 혁명이 전 지구적으로 일어났다는 문장을 보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에서 ‘전공투’가 묘사된 부분이 생각났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소설 속 주인공은 학생운동을 ‘멀리서’ 바라본다. (작가의 실제 경험도 반영된 것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소설은 독자의 시야를 '상대화’시켜주고 거대한 사회적 ‘사건’을 한 개인의 시각을 통해 관찰할 수 있게 해 준다. 소설 속에 묘사된 온갖 다양한 감정을 체험하면서 내 시점뿐만 아니라 나와 조금 떨어진 다른 지점에서 세상과 ‘나’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내가 다른 사람의 입장을 쉽게 상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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