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

by 윤타

학생 한 명이 과제 주제를 엄마의 가게로 정했다. 간판의 로고 디자인도 다시 만들고 가게 문 앞에 붙일 홍보 포스터도 만들기로 했다. 작은 동네의 '작은' 가게였다. 가게의 기존 디자인들은 소박했다. 하지만 전문가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은 날것의 느낌이 강해 허술해 보이기도 했다.


그 학생은 엄마가 (그리고 엄마의 작은 가게가) 자신을 키워주고 이 디자인 학교를 다닐 수 있게 해 준 것을 자랑스러워했으며 자신의 힘으로 엄마의 가게를 '리디자인'할 수 있게 되어 즐거워 보였다.


큰돈은 벌지 못하지만, 이럴 때 '디자인'이라는 것이 삶을 조금씩 나아지게 만들어주는 멋진 ‘일상의 노동'으로 느껴져 보람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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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보통 사람들은 상상하기 힘든 많은 돈을 들여 편법, 탈법, 불법으로 스펙을 조작해 아이비리그 같은 소위 ‘일류대’에 보내는 인간들을 보며 인간 혐오증에 빠져 힘들어하다가, 이 학생 덕분에 '정화'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조금 과장하면 '구원'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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