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1.
앞에 앉은 사람 5명의 귀에 애플 이어폰이 꽂혀 있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애플 이어폰을 끼고 있다. 지구 사람들의 돈을 알뜰하게 긁어모으고 있는 애플.
2.
20대로 보이는 한 남자가 발을 앞으로 길게 뻗고 앉아 있다. 바로 그 옆에 서 있었다. 순간 전철이 출렁였다. 중심을 잃고 그의 발을 밟았다. 그의 발을 피할 수도 있었지만 피하지 않고 밟았다. 망설임 없이.
3.
시큼한 땀냄새가 나는 한 남자가 지하철 문을 막고 서 있다. 20대 정도로 보인다. 왼손으로 휴대폰을 들여다보면서 오른손으로는 문 옆의 손잡이를 잡고 있는데, 가만히 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 손잡이를 애무하듯 연신 쓰다듬고 있다. 습관인 모양이다.
전철 손잡이를 잡지 않게 된 때가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꽤 오래되었다. 지하철 화장실에서 대부분의 남자들이 손을 씻고 나가지 않는 모습을 본 이후부터다. 그때 이후로 웬만하면 지하철 화장실에도 가지 않아서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