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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타 Dec 16. 2022

길거리 이야기 18.

지하철에서.


1.

앞에 앉은 사람 5명의 귀에 애플 이어폰이 꽂혀 있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애플 이어폰을 끼고 있다. 지구 사람들의 돈을 알뜰하게 긁어모으고 있는 애플.


2.

20대로 보이는 한 남자가 발을 앞으로 길게 뻗고 앉아 있다. 바로 그 옆에 서 있었다. 순간 전철이 출렁였다. 중심을 잃고 그의 발을 밟았다. 그의 발을 피할 수도 있었지만 피하지 않고 밟았다. 망설임 없이. 


3.

시큼한 땀냄새가 나는 한 남자가 지하철 문을 막고 서 있다. 20대 정도로 보인다. 왼손으로 휴대폰을 들여다보면서 오른손으로는 문 옆의 손잡이를 잡고 있는데, 가만히 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 손잡이를 애무하듯 연신 쓰다듬고 있다. 습관인 모양이다.


전철 손잡이를 잡지 않게 된 때가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꽤 오래되었다. 지하철 화장실에서 대부분의 남자들이 손을 씻고 나가지 않는 모습을 본 이후부터다. 그때 이후로 웬만하면 지하철 화장실에도 가지 않아서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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