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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타 Dec 14. 2022

휴일에 듣는 오늘의 휴식 음악.

에릭 사티 '벡사시옹Vexation' (1893)


이 곡의 악보는 1페이지인데, 사티는 840번 반복하라고 써놓았다. 악보의 지시대로 연주하면 13시간 40분이 걸린다. 18시간 40분이 걸린다는 말도 있다.


벡사시옹Vexation을 '고민'이라고 번역한 자료도 있고, '짜증'이라고 번역한 것도 있다. 둘 다 그럴듯한데 '짜증'이 더 가까울 것 같다. 


존 케이지는 이 곡을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단순한 이 곡을 극단적으로 반복하면 '진동'이 일어날 것이라 생각했다. 오랜 시간 반복하면 곡 자체가 미묘하게 변할 것이라는 의미로 '진동'이라는 단어를 쓴 것 같다. 리듬에 한정하면 이 곡이 베토벤보다 훨씬 더 흥미롭다고 말하기도 했다.


어쨌든 이 곡은 라이브로 들어야 미묘한 '진동'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3:38초만 녹음되어 있는 이 곡을 10시간 이상 반복해서 들어도 비슷한 '진동'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연주는 똑같아도 듣는 사람의 의식에 '진동'이 생긴다는 것이다.


휴일이 끝날 때까지 이 곡을 무한 재생하며 '휴식'을 취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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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지금 2시간째 틀어놓고 있는데 슬슬 짜증 Vexation이 나서 끌까 말까 고민 Vexation하고 있습니다.� 곡 제목을 참 잘 지었습니다.


https://youtu.be/sKKxt4Kac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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