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디다 견디다 못해 10여 년 만에 노트북을 하나 샀다. 그리고 15여 년 만에 세탁기를 하나 샀다. 전에 쓰던 세탁기는 재활용센터에서 중고로 샀던 것이라 생산된 지 20년 넘어 고무 부품이 다 바스러졌다.
음. 새 노트북 보다 새 세탁기 산 것이 한 3~4배 정도 더 좋다. 용량이 커져서 이제는 여유 있게 이불을 빨 수 있다. 탈수할 때는 진동도 없고 어찌나 조용한지. 디자인도 예뻐서 감상용으로도 좋다.
세탁기 뚜껑의 반이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다. 세탁물이 돌아가는 모습을 멍하니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음이 평안해진다. 물살이 규칙적으로 빨랫감을 때리는 소리는 해가 쨍한 맑은 날의 상쾌한 작은 파도 소리 같다. 굳이 바다를 보러 먼 길을 떠날 필요가 없을 듯하다. 이제 나에게 베란다는 베끝마을이다. 나는 빨래할 때마다 베끝마을로 여행을 떠난다.
어디 빨래거리 또 없나. 뒤적뒤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