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타 Oct 13. 2023

'이런 시대'

영화 <동주>(2016)를 보다.


시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윤동주의 시는 끌린다. 그 이유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문장의 겉모습이 ‘이쁜’ 시는 많다. 윤동주의 시도 예쁘다. 그런데 뭔가 다르다. 아마도 겉보기에 서정적으로 보이는 글 아래 일제강점기의 고통과 슬픔, 그리고 그 무거운 감정들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깔려 있기 때문일 거라고 짐작된다. 그저 ‘이쁜’ 시가 아니었다.


올여름에 박완서의 소설들을 집중적으로 읽었다. 자연스레 소설의 배경인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과 함께 여름을 보냈다. 어렸을 때는 신라시대와 다를 바 없는 먼 옛날 같았지만 지금은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 어제 일 같은 2002 월드컵이 벌써 20년 전이다. 일제강점기와 전쟁을 실제로 겪은 분들은 월드컵이나 전쟁이나 모두 바로 어제 일처럼 느낄 것이다.  


윤동주의 친구로 청년 문익환이 영화에 등장한다. 그 아들인 배우 문성근이 그들보다 한참 나이가 많은 시인 정지용으로 출연한다. 시간이 뒤섞이는 것 같은 묘한 느낌을 받았다. 윤동주는 27세에 바닷물을 수혈하는 일본의 생체 실험으로 후쿠오카 감옥에서 사망한다.


윤동주가 ‘이런 시대’에 시를 쓰는 것이 부끄럽다며 독립운동 가담 혐의를 시인하는 내용의 서류에 서명하지 않고 버티는 장면이 가슴 아팠다.


‘힘’으로 보통 사람들을 억압하는 세력이 권력을 잡고 있다는 점에서 일제강점기의 ‘이런 시대’와 지금 2023년이 큰 차이가 없다는 현실이 무겁다.


동주의 친구 몽규가 바쿠닌과 크로포트킨을 신나게 외치는 장면이 나온다. 몽규는 아니키스트였던 것 같다. 몽규역의 박정민 연기도 참 좋았다.

작가의 이전글 로맨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