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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타 Oct 20. 2023

주문

드라이브 마이 카(2021)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집 ‘여자 없는 남자들’이 원작이라는 말에 끌려 보게 된 영화. ‘여자 없는 남자들’을 재미있게 읽었었다. 이 단편이 어떻게 영화로 만들어졌을까 궁금했다. 


‘다행스럽게도’ 하루키 소설이 ‘원작’이긴 하지만 뉘앙스는 전혀 달랐다. 온전히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만의 독특한 이미지로 가득했다. 물론 중간중간 하루키 소설을 떠올리며 비교해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영화 속에서 체호프의 연극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재미도 있었지만 경이로울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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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영화 이미지와는 상관없지만)

담배 피우는 장면이 많다. 밖에서 담배를 피울 때 두 주인공은 절대 담배를 바닥에 버리지 않는다. 심지어 담뱃재도. 모두 휴대용 재떨이에 담아 간다. 걸어가면서 피우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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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추가. (영화 이미지와는 진짜 상관없지만)


이 영화를 보다가 며칠 전 ‘사건’(이라기보다 평범한 일상)이 떠올랐다.


지하철에서 내려서 집까지 걸어가는 10여분 동안 3명과 부딪힐 뻔했고 1명과 스쳤다. (내가 피하지 않았으면 부딪혔다)


그중 5분은 내 바로 5m 앞에서 담배를 피우며 걸어가는 젊은 여자가 내뿜는 담배 연기를 고스란히 맡으며 걸어가야 했다. 공교롭게도(재수 없게도) 그 여자의 걷는 속도가 나랑 똑같다. 추월해서 빨리 걷자니 오전오후 꽉 찬 강의로 지칠 대로 지쳐 힘이 나지 않는다. 좀 서 있다 갈까. 아니면 천천히 걸을까. 하지만 역시 몸이 너무 힘들어 멈추면 다시 걸을 수 없을 것 같다.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다음 골목에서는 옆으로 빠져나가겠지. 이런. 걷는 방향도 같다. 안 되겠다. 한마디 해야겠다. 마음을 다지고 그 여자의 귀를 쳐다보았다. 귀에 흰색 이어폰이 꽂혀있다. 말해봐야 듣지 못할 것이다.


담배를 끝까지 다 피운 그 사피엔스는 자연스럽게 (당연하다는 듯) 꽁초를 바닥에 휙 던져 버리고 ‘빨간’ 신호등이 켜진 횡단보도를 건너 바삐 걸어갔다. 오가는 차가 뜸한 편이었지만 없지도 않았다. ‘공중도덕’ 같은 건 염두에 없는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그 사피엔스를 쳐다보며 작은 소리로 한 마디 읊조렸다. “크루시오~” (해리 포터에 나오는 저주의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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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후기가 좀 이상한 방향으로 빠졌군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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