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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타 Dec 27. 2023

인상印象

‘마루야마 겐지’와 ‘무라카미 하루키’ 두 작가의 소설을 즐겨 읽는다. 만약 누구의 소설을 더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답할 수가 없다. 거의 ‘똑같은 정도’로 좋아하는 것 같다. 


꽤 다른 스타일인데도 왠지 모르게 뭔가 비슷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마루야마 겐지는 한 인터뷰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나르시시즘의 전형’이라고 말한 적이 있어서, 이런 나의 인상印象을 탐탁지 않아 할 것 같다. 


뭔가 비슷한 인상. 그게 구체적으로 과연 뭘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홀로 있는 남자’, 정확히는’ 홀로 있을 줄 아는 남자’라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마루야마 겐지가 묘사한 남자가 겉으로는 살짝 거칠긴 하지만, 둘 다 유약한 듯하면서도 강하다.  


소설의 이미지뿐만 아니라 의외로 두 작가는 비슷한 점이 많다. 둘 다 젊은 나이에 ‘소설이라는 걸 한 번 써볼까’라는 마음으로 쓴 첫 소설로 문예지의 신인상을 수상했고, 매일 몸을 단련하고 글을 쓰는 엄격한 생활습관을 40년 이상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꽤 거칠어 보이는 마루야마 겐지는 술 담배를 전혀 하지 않는다고 한다. 술은 이 사회의 문제를 외면하도록 조장하는 마약이나 다름없다며. 잠깐의 술로 시름을 달래며 시스템에 순응하는 풍토를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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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마루야마 겐지의 말에 동의하지만, 그래도 일이 주에 한 번 정도는 가볍게 ‘인류 멸망 기원 와인’을. 


덧. 추가.

‘지구 멸망’이 아니라 ‘인류 멸망’입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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