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타 Jan 16. 2024

여행

“끈질기게 이어진 지루한 장마가 끝나고, 햇빛이 쨍한 맑고 화창한 날이 일주일 동안 지속되었다. 그때서야 비로소 내가 얼마나 흐린 날을 좋아했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너는 어느 날 갑자기 이렇게 시작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너는 이 첫 문장을 무척 마음에 들어 했다. 너는 맑은 햇빛이 기분 좋게 내리쬐는 청명한 하늘이나 시원하게 펼쳐진 드넓은 바다를 봐도 별다른 느낌이 없었고, 그런 하늘과 바다를 만끽하며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을 받았다는 사람들을 좀처럼 이해하지 못했다. 너는 그런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는 것과 좁은 방 안에 있는 것이 그렇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청명한 하늘이나 드넓은 바다를 볼 때 이 세상이 더욱 비좁은 감옥처럼 답답하게 느껴졌다. 방구석에 가만히 있는 것 역시 별다른 감흥이 없었지만 여행보다는 좀 나았다. 그런데도 너는 주기적으로 여행을 떠난다. 너에게 여행이란, 한 평도 안 되는 독방에서 근육이 퇴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억지로 방 안을 왔다 갔다 하는 생존운동에 불과한 것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책을 읽을 수 있는 '특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