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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타 Feb 22. 2024

단편. 내가 젊다면 환영받을 텐데.

광역버스를 타고 인근 도시로 가고 있는 중입니다. 낮시간이라 그런가요. 버스 안에 나 혼자입니다. 이런 행운이. 차창밖을 멍하니 쳐다봅니다. 그 녀석은 그때 대체 왜 그랬을까요. 왜 나는 그저 가만히 듣고만 있었을까요. 다다음 달 월세를 낼 수 있을까요. 버스가 지나는 곳곳마다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차를 타고 가면서 공사가 없는 평탄한 길을 지나가 본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네요. 이 세상은 언제나 공사 중입니다.


버스 맨 앞에 매달린 모니터에서 지역 도시의 이미지 광고 영상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공사 중인 창밖을 보는 것이 지겨워져서 모니터를 쳐다봅니다. 광역버스가 지나는 길에 위치한 도시의 광고입니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앳된 남녀 청년 몇 명이 단정한 옷을 입고 단정한 힙합춤을 추고 있네요. ‘젊음’의 도시를 강조합니다. ‘지역’으로 갈수록 ‘젊음’을 강조합니다. 그곳에는 ‘젊음’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젊지 않은 것이 괜히 부끄러워집니다. 내가 젊다면 어느 곳에서나 환영받을 텐데. 


영상 속에는 단정한 옷을 입은 아이들과 엄마와 청년들이 카메라를 향해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습니다. 함박웃음은 곧 단정한 미소로 사그라들고 팔을 들어 검지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킵니다. 그들이 가리키는 곳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음. 30년 전에도 저런 영상을 봤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그 영상을 승인한 30대 공무원들이 그대로 나이를 먹고 지금 60대가 된 것 같습니다. 드론으로 찍은 영상만 없다면 타임머신을 타고 30년 전으로 온 것 같군요. 나는 과거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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