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썬(2022) 샬롯 웰스 감독.
‘그해 여름’ 11살 소녀 소피는 31살의 젊은 아빠와 둘이서 여행을 떠난다. 엄마와 아빠는 따로 살고 있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 분명하게 묘사되지는 않지만 아마도 그 여행이 아빠와의 마지막 만남이었던 것 같다. 20년 후, ‘그해 여름’의 아빠 나이가 된 소피는 당시 찍었던 캠코더의 영상을 보면서 그날을 회상한다.
전체적으로 영화는 모호하다. 오히려 그 때문에 미학적으로, 시각적으로, 그리고 ‘기술’적으로도 무척 아름다웠다. 눈에 보이는 화면 자체가 아름답고 잔잔히 흐르는 내러티브도 아름다웠다.
딸이 R.E.M.의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나온다. R.E.M.하면 생각나는 ‘바로 그 노래’다. R.E.M.의 노래도 그랬지만, 자막에 가사가 분명하게 표기되는 다른 노래들도 그 가사가 영화의 내용을 암시하고 보충하고 설명해 준다. 음악이 주는 직관적인 느낌과 함께 텍스트가 주는 시적인 여운이 영화에 더욱 몰입하도록 도와주었다. 오랜만에 R.E.M.의 ‘그 노래’ 가사를 다시 찾아봤다.
아빠와 딸이 같이 봐도 좋을 것 같은 영화.
_
덧.
같이 영화를 보려면 적어도 딸이 중학생이나 초등학교 고학년은 돼야 할 것 같습니다. 살짝살짝 성정체성에 관한 묘사가 등장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