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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타 May 12. 2024

지하철에서 7.

바로 앞에 2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젊은 남성 둘이 휴대폰을 뚫어져라 들여다보며 나란히 붙어 앉아 있다.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자세는 같았지만 몸가짐은 달랐다. 보색대비. 정반대의 색이 붙어 있으면 서로의 영향으로 더 뚜렷하게 튀어나오는 것처럼, 그 둘의 모습이 너무 대조적이라 나도 모르게 자꾸 눈길이 갔다. 


한 명은 전형적인 쩍벌에 몸도 삐딱하게 한쪽으로 기울여 공간을 넓게 차지하고 앉아 있다. 손가락을 연신 움직이는 것이 게임을 하는 것 같다. 불만과 짜증이 섞인 뚱한 표정에 뭉툭한 코, 가늘고 생기 없는 눈매, 양쪽으로 처져 완고한 노인처럼 보이는 입. 못생겼다.


다른 한 명은 두 다리를 곧게 모은채 똑바로 앉아있다. 양팔은 최대한 몸에 붙여 공간을 좁혔다. 전체적으로 반듯하고 단정하다. 보통 남자들보다 약간 크고 서늘한 눈매가 지적이다. 손가락 움직임이 거의 없는 것으로 봐서 긴 글을 읽고 있는 것 같다. 부드럽고 단호하게 다문 입모양이 품위 있고 진지하다. 잘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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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렇습니다. 나는 외모지상주의자였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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