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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다

by 윤타

그가 내게 부탁한 일을 끝맺기 위해 확인할 것이 있어 전화를 걸었다. 받지 않는다. 뭐, 통화 기록이 남았으니 급하면 연락하겠지. 하루가 지나도 반응이 없어 문자를 보냈다. 답은 없었다. 또 하루가 흘렀고, 다시 전화를 걸고 문자를 남겼지만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며칠 뒤 그를 만나게 되었다. 왜 연락이 안 되냐고 그에게 물었다. 그는 겸연쩍게 웃으며 말했다. 야, 카톡으로 했어야지. 차라리 그가 그 멋쩍은 웃음을 짓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연락이 안 된 이유가, 먼저 연락한 내 탓이라는 그의 말에 나는 더 이상 그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거의 일 년이 지난 어느 날, 전화벨이 울렸다. 휴대폰 화면에 그의 이름이 떠 있었다. 받지 않았다. 정말 급하다면 문자라도 남기겠지.


그 전화가 마지막이었고 십여 년이 흘렀다. 가끔, 아니 꽤 흔히,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는 깃털처럼 가볍다. 어떨 때는 이런 가벼움이 숨통을 트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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