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말 어느 따스하고 화창한 봄날이었다.
버스를 탈 때 소소한 기쁨은 운전석 바로 뒷자리에 앉는 것이다. 운 좋게 그 자리에 앉았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창밖의 거리를 구경했다.
소소한 행복은 곧 깨졌다. 신경질적인 경적소리가 끊임없이 이어폰의 음악을 뚫고 들어온다. 경적소리는 밖에서 들리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탄 버스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버스 운전사는 누군가 끼어들 때뿐만 아니라 방향을 바꾸기만 해도 반복적으로 경적을 울려댔다. 1분에 한 번 꼴로 울리는 것 같다.
좀 심하다. 버스 운전사에게 그만 좀 하라고 말하고 싶다. 백미러로 비치는 그 아저씨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나이는 50대 중반 정도로 보인다. 경적을 계속 울리며 운전하는 것으로 보아 짜증이 많이 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짜증 난 얼굴이 아니다.
표정이 없다.
좀 지쳐있는 것 같았지만 짜증이 나거나 화가 난 얼굴은 아니었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연신 경적을 울려대고 있었다.
아마 그 운전사를 힘들게 하고 분노하게 만든 수많은 일들을 겪고, 이제는 그것을 받아들이고 적응한 것 같다. 경적을 울리며 아슬아슬 요리조리 잘 빠져나간다. 매일 반복되는 교통지옥 속에서 매번 화를 내기보다는 차라리 감정 없는 기계가 되는 것을 택한 것 같다.
고통스러운 삶은 끊임없이 반복된다. 그 고통을 줄이기 위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자아를 버리고 기계가 된다. 생존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자아를 잃고 무뎌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