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미술(conceptual art)

by 윤타

'손'으로 만드는 장인적이고 수공예적인 기존의 예술이 아닌, 완성된 작품 자체보다 그 아이디어나 콘셉트를 중요시하는 예술 제작 태도나 장르를 말한다. 마르셀 뒤샹이 그 선구자로 꼽힌다.

뒤샹 이후 개념미술작가는 손으로 직접 만드는 수공예가라기보다 철학자에 가까워졌다. 그 때문에 물감을 붓에 찍어 그림을 그리기보다는 주로 설치와 퍼포먼스로 표현하는 방식이 많다.

'앤디 워홀'은 뒤샹의 개념미술에서 영향을 받았다. 앤디 워홀은 공장(factory)이라고 부르는 자신의 작업실에서 많은 어시스턴트(조수)와 '함께' 실크스크린으로 유명한 인물(마릴린 몬로, 엘비스 프레슬리 등)을 복제했다. 공장제 수공업으로 자신의 작품을 '제조'했으며 유명한 인물을 기계(실크스크린)로 복제하는 새로운 형식의 예술을 '창조'했다. 본격적인 팝아트의 시작이다.

주로 설치와 퍼포먼스 형식으로 작품의 내용(철학)을 표현한, 다소 어려웠던 개념미술을 대중이 접근하기 쉽게 만들었다. 그 때문에 기존에 없던 새로운 예술형식을 창조했다는 찬사와 함께 개념미술의 '진지한' 철학을 저급하게 만들었다는 비난도 받았다. 앤디 워홀은 언론과 미디어를 적절히 이용했고 수많은 유명인과의 교분은 자신과 자신의 작품의 가치를 높게 만들었다.


이제 현대미술시장은 비즈니스 전략으로 유지된다. 슈퍼 콜렉터인 '찰스 사치'는 21세기의 메디치로 불리며 세계 미술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그는 좋은 작품을 고르는 안목, 혹은 유명해질 수 있는 작품을 고르는 안목이 있다고 평가받는다. 그 평가가 맞건 틀리건 '찰스 사치'가 작품을 구매하면 그 작가가 유명해진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 되었다. 작품이 좋아야 유명해지고 작품 가격이 높아지는 것인지, 유명해져야 작품 가격이 높아지는 것인지, 이제는 그 기준이 모호해졌다.

앤디 워홀의 가장 큰 '공로'는, 어려운 개념미술을 대중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든 동시에 개념미술의 '진지한' 철학을 부셔버린 데 있다. 또한 예술을 평가하는 가치 중 '유명함'의 중요성을 더욱 키웠다. 이제는 좀 이상한 짓을 해도 '개념미술'이라고 하면 그럴듯하게 보이게 되었으며, 유명 연예인이 그림을 그리면 그 작품성과는 관계없이 작품의 가격이 높아진다.

//
<더 잭의 팝 아트>


나는 '더 잭'의 작업을 좋아한다.

'더 잭'은 만화가 출신답게 단순한 선과 색으로 이루어진 캐릭터를 주로 그리며 그 캐릭터를 다른 만화나 사진, 혹은 길거리와 결합하기도 한다. 그 외형상 전형적인 팝아트로 보인다. 하지만 나는 '더 잭'이 소셜미디어와 결합한 새로운 개념미술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더 잭'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작가의 댓글이 작품이 되는 '텍스트'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그는 소셜미디어에서 감상자들의 댓글에 시종일관 '부끄러워요'라는 댓글만으로 답한다.

'부끄러워요'라는 텍스트는 묘하게도 어떤 물음에도 대답이 된다. 올린 작업에 대한 칭찬, 비난, 신변잡기 등 어떤 물음도 상관없다. 인터넷을 통한 사람들의 소통에 '더 잭'은 시종일관 '부끄러워요'라는 대답을 함으로써 소통하지만 소통하지 않는다.

나는 이 방식이 꽤 흥미로운 '개념미술'이라고 생각한다. '소셜미디어에서도 인간은 결국 소통할 수는 없어.'라는 대답을 해주는 것만 같다.(감상자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더 잭'이 지금 진행하는 작업에 소셜미디어, 웹캠, 문자메시지, 어플이 추가된 네트워크 미디어아트를 시도할 예정이라고 들었는데 어떻게 변형될 것인지 기대된다.


작가의 이전글주행 중 다른 차를 놀라게 하는 운전습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