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진 서점을 아쉬워하다

by 윤타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아래의 큰 유리문을 열면 서점 하나가 있다. 홍익대 정문 앞의 서점들이 말끔하게 사라진 다음부터는 자연스럽게 이 서점을 이용하게 되었다.

이제는 서점 없는 대학 정문 앞 풍경은 '자연'스럽다. 상업성 높은 대학가는 자본이 탐내는 유흥의 거리다. 작고 아담한 '동네 서점 따위'가 이곳에 재를 뿌리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거대한 대형서점은 별로 매력이 없다. 매끈한 인테리어와 수많은 사람들. 책들은 대형 마트의 과자나 팬시 제품처럼 진열되어 있다. 서점이 아닌 쇼핑센터 같다. 책도 상품이니 당연히 '쇼핑'의 대상이긴 하지만 왠지 어색하고 불편하다.

홍대역 9번 출구 밑의 서점은 대형서점 특유의 그런 어색함은 없다. 가장 마음에 드는 풍경은 직원 복장이 아닌 평상복을 입은 아줌마(아저씨)가 계산을 해주는 것이다. 뭔가 동네서점 같은 '틈새'가 느껴진다.

말끔한 대형서점은 어떤 틈새가 제거된 것 같다. 왜 유달리 서점에서 허술한 틈새가 있어야 편안한지는 잘 모르겠다. 단순히 과거의 추억을 그리워하는 심리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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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의 페북 포스팅 때문에 책을 사야겠다. 사람들과 부대끼는 게 싫어서 e북을 찾아보았지만 종이책만 있다. 당장 읽고 싶다. 어쩔 수 없이 직접 사러 나섰다.

이어폰을 꽂고 모자를 깊게 눌러썼다. 거리의 사람들과 단절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홍대역 9번 출구 아래 그 서점으로 걸어갔다.

엄청난 인파 때문에 평상시 헬게이트라고 부르는 9번 출구 밑을 무사히 지나 큰 유리문에 다가갔다. 가까이 갈수록 뭔가 이상하다. 유리문 안이 평소보다 어둡다.

유리문을 여는 순간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 서점이 사라졌다. 서점을 환히 밝히던 전등이 모두 꺼져 있어 유리문 안의 공간이 평소보다 훨씬 어두웠다. 문에는 '임대'라는 글자가 붙어있었다. 작은 충격을 받았다. 그래도 꽤 오래 이 자리에 있었는데, 결국 없어졌구나.

할 수 없이 8번 출구 옆 롯데시네마가 있는 건물의 큰 서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일요일 오전이라 한산한 편이었다. 예술 인문 코너에는 다행히(불행인지) 한 명도 없다. 참고서, 실용서적 코너에만 사람들이 좀 보인다.


투박한 책갈피나 한 시절의 '기억'으로 보관해야겠다.
그동안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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