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조히즘과 체면

by 윤타

마조히즘은 개인이 타인의 의지에 의하여 순수한 물체가 되려고 생각한다. 자기를 물건으로서 마음에 그리며 물건인 것처럼 행동하려고 생각한다.

마조히즘은 자기의 객관성으로 타인을 매혹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자기의 객관성(타인의 관점)으로 자기 자신을 매혹시키기 위한 시도이다.

- 제2의 성. 하권. 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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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은 마조히스트인 동시에 사디스트다. 그들은 주체가 아니다. 타인의 관점에 맞춰 산다. 객체로서 타인의 관점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 관점을 자신의 '주체'로 착각한 채 다른 타인에게 강요한다.

'미엔즈(面子)'는 중국어로 '체면'을 일컫는 말이다. 중국(홍콩) 영화에는 '체면 좀 살려 주게'로 번역되는 대사가 꽤 자주 등장한다. 실속보다 체면을 중시하는 속물을 코믹하게 묘사하는 장면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체면을 중시하는 습속은 한국사람들도 다르지 않다.


체면을 중시한다는 것은 타인의 관점을 중시한다는 의미다. 타인의 관점으로 자신을 매혹시키려는, 스스로 객체가 되려고 하는 마조히스트다. 그리고 그런 관점을 자신과 타인에게 강요(가학)하는 사디스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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