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을 설렁설렁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편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다. 나도 모르게 학생들을 조이는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학부 때 좋아했던 수업에는 뭐랄까 허술한 '틈새' 같은 것이 있었다.
꽉 짜인 커리큘럼에 맞춘 수업. 이론 강의도 많고, 조별로 발표 준비도 하고, 끊임없는 과제로 밤을 새우면 마치 뭔가 '제대로' 한 것 같은 느낌을 받기는 한다. 그런데 그런 수업들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나는 수업엔 틈새가 있었다.
수업이 뭔가 허술하다는 느낌이었지만, 그 허술한 틈새는 '내'가 주체적으로 뭔가 할 수 있는 판을 마련해 주는 것 같았다. 허술한 틈새는 수업시간 외에도 과제를 고민하게 만들어 주었으며 스스로 밤을 새우고 싶은 마음을 갖게 했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고통'을 느낄 정도로 열심히 일을 해야, 일을 잘 한다는 평가를 듣는다. 스스로 자신을 혹사시켜야 만족하는 사람들도 있다. 여러 성향의 사람들이 있을 수 있지만, 나는 허술한 틈새가 있는 삶이 더 '재미'있고 오히려 더 효율적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