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시를 쓰죠. 당신 나름대로 뻔뻔스럽게도 가난과, 압박과, 악행에 대한 얘기를 늘어놓아요. 우리들의 고통을 아름다움으로 변형시켜 놓고 나서 다 잊어버리죠. 인간의 고통을 잊게 만드는 그까짓 아름다움이 뭐예요."
-'영혼의 자서전' 535쪽.
나쁘지 않은 작업(예술)을 하는 사람이 있다. 팬들도 제법 있고, 평론가들과 주변 동료들도 그의 작업을 인정하는 편이다. '정의'로운 행사에도 가끔 참여해서 의식 있는 예술가로 외부에 비친다.
하지만 그는 일부 주위 사람들에게 함부로 대한다. 물론 함부로 해도 괜찮다고 여기는 사람에게만 함부로 대한다.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함부로 하지 않는다. 성격이 드센 사람에게도 함부로 하지 않는다. 그에게 함부로 취급된 사람은, 그가 이 사회에서 인정받는 모습이 보기 싫다. 그의 작업이 좋을수록 그에 비례해서 그가 더욱 위선자로 보인다. 그의 작업은 여러 사람에게 위안과 즐거움을 준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위 몇 사람에게 고통과 모욕을 준 일이 없는 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작업이 아무리 좋아도 그 작가가 주위 몇 사람에게 고통과 모욕을 줬던 인성을 가진 것을 알게 되면 그 작업을 싫어하게 되는 사람도 많다. 굳이 그 작품을 '소비'하지 않는다. 어떤 기업이 만든 제품이 품질 좋고 저렴해도, 그 기업의 나쁜 근로환경 때문에 여러 사람들이 고통받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 제품을 사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일반 대중에게 '예술가는 까칠하다.'는 환상이 있다. 그런데 자신의 작업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서 예민하고 섬세한 것과, 주위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일반 대중들은 그런 점을 혼동한다.
// 개인적 경험.
예민하고 섬세할수록 작업 퀄리티가 높아진다. 예민하고 섬세한 사람일수록 주위 사람들의 감정도 예민하게 느낀다. 자신의 말과 행동으로 타인이 고통받는다면 타인 못지않게 그 감정을 그대로 느낀다. 인간은 고통을 느끼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 본능이다. 진짜로 예민하고 섬세한 사람은 타인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자신이 고통을 느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타인을 함부로 대하면서 훌륭한 작업을 하는 '까칠한 예술가' 같은 건 거짓이자 환상이다. 타인의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진짜로' 예민하고 섬세한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다. 예외적인 경우가 있을 수는 있지만, 다른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의 작업이 괜찮기는 해도 훌륭한 경우는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