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설렁설렁, 잘.

by 윤타

*J의 모토는 '대충, 설렁설렁, 잘~'이다.

J가 이런 모토를 갖게 된 이유는 두 번의 경험 때문이다.

<경험 1>
J는 일이 좀 많았다. 그 일들 중에서 80% 이상이 비합리적이고 부당한 일이었다. 일을 위한 일, 일을 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이었다. 조직의 대표에게 이 얘기를 했다. 대표는 "그 나이에는 누구나 바빠요. 그리고 그 정도 부당한 일은 어디나 마찬가지예요."라고 말했다.

J는 대표의 말에 분노했다. 이 사람은 자신이 대표로 있는 조직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잘 몰랐다. 대표는 가족에게서 그 조직을 물려받았다. 대표는 당연히 그에 비해 일이 적었다. 대표는 스스로 일을 아주 잘 한다고 생각했다. 대표는 가끔 번들 소프트웨어로 pt자료를 직접 만들기도 했다. 물론 아마추어 수준이었다. 하지만 대표는 자신이 이런 실무까지도 직접 한다는 것을 뿌듯해했다.

J는 이 조직을 경험하면서, 남의 일보다 자신의 삶이 소중하다는 것을 '분명히' 깨달았다. '열심히' 일할수록 이 조직의 대표와 몇 명 임원들에게만 그 이득이 돌아갈 뿐이다. 자신의 삶의 질이 낮아질수록 놀고먹는 엉뚱한 사람들의 이익이 커지는 것은 무척 아까운(부당한) 일이다.

J는 이 경험 이후로 '열심히', '최선을 다해'라는 텍스트를 자신의 삶에서 없애버렸다.

<경험 2>
난데없지만 또 하나의 경험은 '금강경'이다.(금강경을 해석한 책)

아난다는 붓다가 옷을 입고, 밥을 먹고, 길을 걷는 '사소한' 행동을 아주 중요한 일인 양 자세하게 금강경에 기록했다. 그 이유는 그 사소한 행동이 아주 중요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붓다는 중요한 일에도 '정성'을 다했으며, 사소한 일에도 '정성'을 다했다. 모든 일에 '정성'을 다했다. '최선'이 아니라 '정성'을 다했다. 길을 걸을 때도 최선을 다해 빨리 걷는 것이 아니라 정성을 다해 한 발 한 발 천천히 걷는다. 한 발 내딛는 것이 마치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인 것처럼.

걷는 것을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처럼 여겼지만 걷기 위해 한 발을 내미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다. 한 발을 잘못 내딛으면 다음 발을 잘 내딛으면 그만이다. '최선을 다해 숨을 쉰다.'는 말은 이상하다. 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일이지만 숨을 쉴 때 최선을 다하지는 않는다. 그냥 숨 쉰다.

모든 일에 '최선'보다는 '정성'을.

//
J는 이 두 경험을 조합하여 자신만의 모토를 만들었다.

'대충, 설렁설렁, (하지만) 잘~'

keyword
작가의 이전글묘한 감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