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미니멀 라이프

by 윤타

디지털 미니멀 라이프.

20년간 컴퓨터를 사용하면서 쌓인 온갖 디지털 데이터들을 정리한다. 안 쓰는 짐 정리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시간과 의외의 육체노동이 필요하다.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클릭과 마우스 질을 한다. 버려야 할 데이터와 따로 폴더를 만들어 정리할 데이터를 분리하고, 중요한 데이터는 외장하드와 각종 클라우드에 분산 백업한다.

디지털 주소록 정리에 들어간다. 편하게 관리하려고 휴대폰 자체 주소록과 인터넷 계정의 주소록을 연결해서 사용해 왔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버전도 바뀌고 인터넷 계정 업체도 여러 군데가 섞여서 지저분하다. 손으로 직접 쓴 아날로그 주소록보다 정리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3년 동안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짐이나 옷들을 과감히 버리라는 미니멀 라이프를 디지털에서도 실행한다.

몇 년 동안 서로 연락하지 않은 사람들을 과감히 지워나간다. 하지만 서로 연락하지 않은 기간이 길더라도 언젠가는 꼭 다시 연락할 것 같은 사람들은 남긴다.

정리하는 도중에 싫은 사람의 이름이 눈에 띈다. 잠시 고민하지만 지우지 않는다. 혹시라도 전화가 오면 이름을 확인하고 받지 않기 위해서다. 아이러니하다.

예전에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이런 경우가 꽤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싫은 사람들의 번호를 지우지 않고 오히려 저장한다.

'나(우리)'는 어떤 사람일까.

별생각 없이 지우는 사람일까. 언젠가는 꼭 연락하고 싶어서 남겨두는 사람일까. 연락을 받기 싫어서 저장하는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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