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하지 못한 건 존재하지 않는 것

by 윤타

에밀 메이에르송(1859~1933, 프랑스의 과학 비평가)은 이성理性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성은 그 자신으로부터 발생하지 않은 것에 대하여 설명할 수 있는 수단을 단 한 가지밖에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것은 그 대상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환원해버리는 것이다.”

살아온 환경이 다른 사람과 이 사회에 관해 얘기를 나눌 때 벽에 부딪히는 느낌을 받게 될 때가 있다.

중상층이 거주하는 강남의 아파트에서 등록금 걱정 없이 자라난 ‘그들’은 소위 ‘보편적 복지’ 같은 것을 이성理性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들의 이성理性은 하루하루 생존하기 급급한 사람들의 노력을 무능이나 게으름으로 ‘판결’한다. 그들은 그런 경험을 한 적도 없으며, 그들 주위에는 ‘생존’하려는 사람들이 없었다. 특히 ‘그들’이 이성(理性)적일수록, ‘생존하려는 사람들’을 마블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들처럼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상상 속의 빌런들로 ‘환원’시켜 버린다.

감성이 없는 이성, 특히 스스로 이성적이라고 자부하는 사람들에게는 자신에게 발생하지 않은 것은(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것들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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