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에서 29 - 문신

by 윤타

사람이 적은 시간이었다. 가장 구석 자리에서 샤워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 바로 옆자리에 등과 팔에 많은 문신을 한 긴 머리 남자가 들어왔다. 사람이 적을 때는 누가 내 옆에 붙어서 샤워하는 것을 싫어한다. 자리를 옮기고 싶어 잠시 샤워를 멈추고 빈자리를 살펴보았다.


내가 맨 구석에 있었기 때문에 빈자리를 찾으려면 그 문신남의 등 뒤를 바라보는 자세가 된다. 그 남자는 내가 자기 등 문신을 뚫어져라 구경하는 줄 알고 깜짝 놀라 나를 쳐다보았다. 그는 내 눈길이 다른 곳을 보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샤워를 시작했다. 그에게 불쾌함을 줘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말을 건네는 것이 더 불편할 것 같아서 아무 말 없이 다른 자리로 이동한 다음 샤워를 마쳤다.


지인 중에 타투 아티스트도 있어서 문신에 대한 거부감은 없는 편이다. 내가 직접 디자인한 작은 문신 정도는 하고 싶다. 하지만 한국의 많은 실내 수영장들은 문신을 한 사람들에게 래시가드를 입도록 권장(강요)한다. 아직도 문신에 혐오감을 가진 사람들이 많기 때문인 것 같다.


래시가드를 입고 수영을 하는 것은 아무래도 불편하다. 문신보다는 수영이 더 좋기 때문에 문신을 하지 않는다. 살짝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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