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순한) 악

by 윤타

보름 동안 코란도 스포츠 픽업이 출입문을 가로막고 있었다.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었다. 자전거나 부피가 있는 짐을 들고 있으면 통행이 불편했다. 차주는 같은 건물에 사는 30대 초반 정도의 남자다.


보름 후에 차가 치워졌고, 우연히 주인아주머니와 그 남자의 대화를 목격했다.


아주머니는 차분하게 말했다.

“보름 동안 그 차 때문에 많이 불편했어요.”


“죄송합니다. 제가 해외 촬영 중이었어요. 하하. 죄송합니다.”

이 말을 하는 그의 표정과 말투는 무척이나 순하고 착하고 유쾌했다.


순간 그 모습이 매우 기괴하게 보였다.


영화에서 보는 무서운 표정의 사이코패스 악당은 비현실적이다. 실제 악은 ‘선한 신념’에 꽉 차있다.

이제는 그런 ‘악’이 자주 보인다. (구별된다)

간혹 나(우리)도 의식하지 못한 채 그런 악인이 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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