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좋은’ 곡은 그냥 좋다. 장르와 상관없이.

by 윤타

한 학생과 진행과제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다. 작업 이미지가 살바도르 달리 그림처럼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이뻤다.’


속으로 생각했다.

‘흠. 이렇게 만들기도(그리기도) 쉽지 않을 텐데 멋진걸.’


어느 힙합 뮤지션(한국 사람) 곡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작업이라고 한다. 그 학생은 그 곡이 다른 힙합과 달리 가사가 ‘은유적’이고 시적이라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 학생에게 ‘스포큰 워드(spoken word)’냐고 물어봤는데, 처음 듣는 단어라고 한다.


작년인가 처음으로 한국말로 된 ‘스포큰 워드’ 라이브를 구경했는데 정말 멋졌다. 개인적으로 힙합을 별로 안 좋아하지만 아름다운 한국말과 랩이 참 잘 어울렸다. 한 편의 작은 연극을 보는(듣는) 것 같았다. 그 뮤지션이 기술적인 ‘랩’뿐만 아니라 감정 표현을 워낙 잘했다.


학생의 작업이 멋져서 아마 그 음악도 ‘스포큰 워드’ 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학생의 휴대폰으로 음악을 들려달라고 부탁했다. 다행히 가사도 있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딱딱한’ 그루브의 전형적인 ‘한국형’ 힙합이었다. 가사는 남자가 여자를 섹슈얼하게 갈망하는 직설적인 내용이다. 단어 몇 개에 일상에서도 흔히 사용하는 정도의 은유적 표현이 있었다.


이 정도 수준의 곡과 가사에 영향을 받아서 이런 멋진 작업을 할 수 있다니 그 학생이 좀 달라 보였다. 감수성이 뛰어난 것 같다.


그 학생이 오히려 ‘스포큰 워드’가 뭐냐고 나에게 물었다. 달착륙을 다룬 작년 영화 ‘퍼스트 맨’에 힙합과 랩의 대부 ‘길 스콧 헤론’의 ‘Whitey on the Moon’이 나오는데 혹시 봤냐고 했더니 아쉽게도 못 봤다고 한다.


영화 중간 미국 국민들의 달 프로젝트 반대 시위 장면에서 한 흑인 청년이 이 곡을 부른다.


"우린 이렇게 어렵게 사는데 백인들은 달에 간답시고 세금 펑펑 쓰고 있네"라는 내용을 아름다운 가사와 그루브 넘치는 부드러운 랩으로 만든 멋진 곡이다.


힙합이라는 장르를 ‘싫어하는’ 편이지만 이런 몇몇 곡들은 참 좋다. 당연한 말이지만, 역시 ‘좋은’ 곡은 그냥 좋다. 장르와 상관없이.



https://youtu.be/3nzoPopQ7V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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