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부산에서 원하니까 퐁퐁을 노란색으로 만들어 와봐!
한국의 주방세제 시장의 양대 산맥은 LG의 퐁퐁과 애경의 트리오라고 할 수 있다.
70년대 처음 생산된 LG 퐁퐁은 애경의 트리오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도 전국적으로는 MS 1위 자리를 꾸준히 유지해왔었다.
하지만 그런 퐁퐁에게도 난공불락의 장소가 있었는데 그것은 부산지역이었다.
부산은 전통적으로 트리오가 강세를 보이던 지역으로, 필자가 들은 바로는 트리오가 부산에서 처음 출시되어 가장먼저 자리를 잡게 되었기 때문에 부산지역 강세가 유독 굳건하게 나타나는 것 같다는 핑계 아닌 핑계를 출장 갈 때 마다 들을 수 있었다.
이는 비단 마케터에게만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최고 의사결정자가 부산지역의 MS에 대해서 부산 영업 팀으로 질책을 할 때 에도 단골로 언급되던 이유이기도 했다.
퐁퐁과 트리오는 그 이름의 차이만큼 용기 색상도 확연히 달랐는데(최근 Mild주방세제라는 자연퐁이나 순샘, 참그린의 색상이 모두 투명용기에 녹색인 것과 달리) 퐁퐁은 흰색, 트리오는 노란색을 용기색상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부산에서는 노란색이 주방세제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자 LG 부산영업팀에서는 묘안이 있다며 마케팅에 요구하기 시작했다. “노란색으로 퐁퐁의 용기를 바꿔주면 부산지역에서 MS를 1등 할 수 있습니다!!!” 이 무슨 황당한 이야기 인가? 하겠지만 사실이었다.
“ 어차피 사람들은 노란색제품을 사니까 용기의 색상을 노란색으로 바꿔주면 퐁퐁 이건 트리오건 구분 없이 사 갈꺼고 그러면 MS가 올라갈 수 있을 것입니다.! “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임원의 입장에서는 부산지역의 MS로 인해서 계속 사장의 질책을 받고 있던 터라 혹하는 마음이 들었을 것이고 마케터에게 직접 지시하기는 좀 겸연쩍었는지 영업팀장에게 “ 그건 마케팅 담당자가 의견을 내야만 가능한 거지 내가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당신이 그럼 마케팅 담당자를 설득해서 해보자고 해”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그 이후로 그 부산영업팀장은 전화상으로 “ MS에 대해서 이야기 하려면 노란색으로 용기를 바꿔달라, 안되면 부산만이라도 바꿔달라” 라고 애걸복걸 하기 시작했다.
참 황당한 일이었다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스럽기도 하고 해주면 결국에는 브랜드력이 아닌 소비자의 착각으로 인해서 시장점유율을 올려보겠다는 영업의 의견에 동조한 셈이 될 것이었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못해주겠다는 것이었다.
노란색으로 용기색상을 바꿔서 얻은 시장점유율은 의미가 없다는 점을 설득해야만 했고, 내가 주방세제를 담당하는 한 못해준다고 얘기하는동안 직급이 높은 그 영업팀장에게 욕과 불평은 다 들었어야만 했지만, 결국에는 마케팅 담당자의 의견을 따라줘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퐁퐁 색상은 흰색으로 유지한 채 나는 인체용품 담당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지금 돌아보면 웃기는 일이었지만 그 당시에는 심각하고 고민스러웠던 일이었다.
영업과 마케팅의 시각의 차이는 마케팅의 대가 코틀러가 했던 이야기처럼 가까워 지기는 어려운 것 같다는 생각이다.
어쨌거나 노란색이 될 뻔했던 퐁퐁의 용기색상은 지금도 흰색으로 유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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