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과 마케팅의 구분을 할 수 있나요?
요즘, 대학에서 마케팅을 전공하고 30여 년을 실행한 나에게도 헷갈리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최근 들어 현업에서 사용하는 마케팅과 브랜딩의 의미와 혼용이다.
많은 사람들이 언제부터인가 브랜딩과 마케팅을 구분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그 온전한 정의를 학문적으로 정의한 내용은 어떤 마케팅책이나 논문에서 찾기가 매우 어려웠다. 아마 현업에서 시작하여 누군가 정의를 하기 시작한 것이 정설처럼 굳어진 것이 아닐까?라는 짐작을 해보게 되었다.
내가, 이견이 없을 정도로 확실하게 모든 논문과 마케팅 관련된 책을 찾아보지는 않았으니 분명히 100% 그렇다고 이야기를 하기는 어렵지만 마케팅교과서에 브랜딩과 마케팅을 구분하는 내용을 찾기는 어려웠기에 나는 궁금해졌다. 책에서 안 하는 구분을 왜 이렇게 구분하기 시작했을까?
우선, 그래도 나름 최고의 권위를 갖고 있다는 미국 마케팅학회에서는 그 정의를 나눠놓지 않았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래서 미국 마케팅학회 사이트에서 찾아보았다. 마케팅과 브랜딩의 차이는 무엇인가?
그런데 그 미국마케팅학회 사이트에서는 마케팅에 대한 정의는 있지만 브랜딩에 대한 정의는 별도로 되어있지 않았다.
Marketing is the activity, set of institutions, and processes for creating, communicating, delivering, and exchanging offerings that have value for customers, clients, partners, and society at large.
https://www.ama.org/the-definition-of-marketing-what-is-marketing/
What is a Brand?
A brand is any distinctive feature like a name, term, design, or symbol that identifies goods or services.
오히려, 브랜딩이 아닌 브랜드가 무엇인지를 설명하고 있고 일반적으로 현업에서 이야기하는 브랜드와 관련된 내용은 마케팅의 하부내용으로 설명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인터넷에 많이 떠도는 그 두 가지 용어의 구분을 일단은 먼저 찾아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리를 인터넷에서 찾아보았다. 일반적으로는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이 정의에 따르면 브랜딩은 좀 장기간에 걸쳐서 관계를 만드는 과정을 이야기하는 것이고 마케팅은 단기적이고 고객의 욕구를 자극해서 매출을 일으키는 그런 활동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정말 그런 것이 맞는 것일까? 어쩌다 이렇게 정의가 되었을까? 그리고 어떤 권위자가 이런 구분을 하게 된 것일까? 실무에서는 이미 이런 구분이 어느 정도 굳어져서 마케팅담당자라고 하면 퍼포먼스나 이벤트 판촉을 하는 담당자를 이야기하는 것이 되어버렸다.
실제로, 이렇게 브랜딩과 마케팅을 구분한 내용이 많았지만 권위가 있는 마케팅학회나 그 외에 브랜딩연구소 아니면 유수의 논문에서 그 구분에 대한 정의를 해 놓은 사례를 찾기는 어려웠다. 겨우 찾은 것들은 광고회사나 링크드인 혹은 개인의 블로그 등에 그 내용이 있는 것이 대부분인 것 같았다.
여기서, 그럼 많은 블로그나 다른 온라인상의 글들에서 브랜딩이라고 이야기했던 이 과정은 원래는 무엇이었을까?
다음을 살펴보자 다음은 Keller가 이야기한 브랜드자산 모델이다.
https://link.springer.com/content/pdf/10.1057/palgrave.im.4340213.pdf
Understanding brands, branding and brand equity Kevin Lane Keller Received (in revised form): 24 March 2003
이 부분을 보면, 결국 과거에 이야기한 브랜드자산 관리와 관련된 내용들이 브랜딩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고 실제 그 내용을 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과거에는 마케팅이라는 큰 범주 아래 브랜드관리 브랜드 아이덴티티 전략등을 하위단계로 이야기했던 반면에 최근에는 브랜딩이라는 부분이 더 큰 범주의 의미를 갖게 되고 그 실행단이 마케팅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것이 놀랍기도 하다.
이러한 변화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찾아보았는데 문득 예전에 들었던 P&G의 부서명변경이 생각났다.
마케팅의 P&G가 얼마 전 마케팅 포지션을 대대적으로 축소했다. 대신 그들이 빼든 카드는 다름 아닌 ‘브랜드’였다.
새로 개편된 P&G의 브랜드 조직은 총 4개 기능을 수행한다. 마케팅 포지션은 조직 내에 잔류하지만 브랜드의 전략, 기획, 결과 등을 단일 관점에서 관할하는 역할로 업무의 스코프가 좁아지고, 기존의 마케터들은 브랜드 매니지먼트라는 부서에 속한다. 시장조사(Market Research)는 Consumer and Marketing Knowledge라는 새로운 이름을 받았다. 이외에도 PR업무를 수행하는 Communications 조직과 일관성 있는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구현할 디자인 기능도 빠질 수 없다.
(출처: ‘It's the End of 'Marketing' As We Know It at Procter & Gamble’, http://adage.com/article/cmo-strategy/end-marketing-procter-gamble/293918/)
P&G의 이런 조직 개편은 기존의 마케터들이 마케팅을 숫자 놀음하는 ‘Market + -ing’으로만 보지 않고 좀 더 넓은 관점에서 시장과 고객, 브랜드를 아울러 보길 기대한 것이다. 브랜드 그룹에 마케팅, 시장조사뿐 아니라 소비자뿐 아니라 이해당사자와의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할 PR의 역할, 디자인 부서까지 덧붙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브랜드 유관 부서의 기능을 하나의 그룹에 묶어 좀 더 의사소통을 쉽게 한다면, 좀 더 일관성 있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당연히 기대할 수밖에 없다. P&G는 조직을 개편하면서, 더욱 통일된 브랜드 구축, 빠른 의사결정, 심플한 조직 구조가 가져올 크리에이티비티 확대와 더 나은 작업들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단기적인 마케팅 활동보다 장기적인 브랜드 구축을 꿈꾸는 P&G. 조직 개편이 단행되기 몇 달 전, P&G의 글로벌 브랜드 구축 최고 매니저(Chief Brand Building Officer) 마크 프릿차드(Marc Pritchard)의 디지털 마케팅 관련 인터뷰에서 P&G가 어떤 생각으로 브랜드 조직을 구축했는지 그 의도를 조금 엿볼 수 있는데, 디지털 마케팅은 종식할 것이며, 결국엔 브랜드 구축의 시대로 회귀한다고 주장했다. 또 여기에 덧붙여서 그는 ‘진실된 것, 즉 인간에 대한 인사이트에 기반해서 사람들이 진정으로 관심을 갖는, 연관성 있는 대화 속으로 뛰어들어라’고 조언했다. (출처: P&G's Marc Pritchard: 'The era of digital marketing is over', http://www.marketingweek.co.uk/news/pgs-marc-pritchard-the-era-of-digital-marketing-is-over/4007981.article / 한글번역: http://alleciel.com/2014/07/08/the-drum-procter-gamble-marc-pritchard/)
이 말에서 엿볼 수 있는 부분이 조직 개편과 맞물려 그들의 미래를 기대하고 가늠해 볼 수 있는 포인트다. 인간의 삶에 침투한 브랜드는 결코 인간 감성과 감정에 대한 이해 없이는 브랜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케팅의 범위를 좀 더 확대해서 브랜드 매니지먼트로 명명하고, 외부의 이해당사자와 소통할 창구를 오픈한 건 그들의 혜안이 아니었을까? 175년 된 회사가 스스로 형태를 바꿔가면서 브랜드를 조금 더 넓게, 멀리 보는 법을 조직적으로 제안하기는 쉽지 않은 법이다.
출처: https://archive00.tistory.com/69 [archive00]
FMCG사업의 맹주인 P&G는 매스마케팅 비용을 큰 폭으로 줄이고 있으며 이렇게 줄이는 비용을 직접 커뮤니케이션과 유인을 하는 퍼포먼스 마케팅 쪽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물론 온라인 광고업계에서의 불완전한 정보제공과 소비자 행동(전환)에 대한 의도적인 왜곡에 대해서 비판적인 접근을 하면서 말이죠.
어쨌거나,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러한 P&G의 활동 이후에 마케팅과 브랜딩의 구분 그리고 과거에는 브랜드관리라는 이름으로 마케팅의 한 영역으로 생각되던 영역이 브랜딩이라는 영역으로 재 구축되고 그 실행과정을 마케팅으로 정의하는 예전부터 마케팅을 배워왔던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놀라운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마치 필라코리아가 해외 이탈리아의 본사 필라를 사서 한국이 본사가 된 것 같은 일이 일어났다고나 할까?
어쨌거나, Marketing just follows market.이라는 이야기가 있는 것처럼, 소비자(시장)의 변화를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원래 마케팅이라는 학문의 뿌리는 변화에 순응하는, 변화를 타고 가는 학문 아닌가? 그렇기에 마케팅과 브랜딩의 구분이 엄격하게 나뉘는 것이 지금까지의 이론과 교과서적인 해석의 기준에는 맞다고 해도 실제로 현업에서 그렇게 사용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정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언어는 결국 사용하는 사람들의 것이니까 말이다.
결론은, 아직 학교에서 교과서에서 학문적인 논문에서 브랜딩과 마케팅을 현재 현업에서 사용하는 것처럼 나눠 사용하지는 않는 것 같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하지만 조만간 이 의미의 변화가 교과서와 논문에 나오게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늘 그래왔듯이 마케팅은 변화하는 것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