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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L의 시절은 끝나는가?..

화무십일홍이라 하더니...

by 야갤이 윤태

혹시, 독자님들도 TV에서 열심히 건강프로그램을 보다가 채널을 돌리면 "어? 여기서 이 제품을 팔고 있네?"라는 놀라운 우연을 경험해 보신 적이 있는가요?


그 놀라운 우연이 점 차 약발이 떨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뭐 소비자 분들도 바보가 아니신데 모르고 계속 계실리는 없겠죠 "아하... 서로 쿵작이 맞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는 하는구먼~!!!" 이런 생각해보셨죠?


맞습니다. 공공연한 비밀이기는 하지만 근 10여 년간 종편과 홈쇼핑 아니 뭐 종편만이 아니기는 했죠 그 콧대 높은 공중파들도 어쩔 수 없이 슬그머니 들어올 수밖에 없었던 교양프로그램의 신설과 증편이 계속되어 왔습니다.


특히나, 광고비의 역전현상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발생하면서 주요 수입원이 없어진 방송사들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것 같기도 합니다.


아래에 있는 표는 각 매체별로 광고비 추이를 보여주고 있는 표인데, 보시면 광고비의 추이가 늘어나고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반면에 TV의 광고비를 보시면 2010년에 1조 9천억에서 23년에는 1조 수준으로 거의 반토막이 난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24년 자료는 이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안 나왔지만 다른 자료에서는 23년과 24년이 거의 비슷한 것으로 나와있으니 비슷하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광고비추이.jpg 광고비 추이(2024년까지)


이렇게 광고물량이 줄어들다 보니, 그 대체 수입원을 찾을 수밖에 없고 그러던 와중에 새로운 수익원으로 생기게 된 것이 PPL시장이었습니다. 물론 과거에도 PPL은 있었습니다.


한 가지 사례를 보자면, 제가 정관장에 있을 때, 에브리타임을 막 런칭하고 어떻게 이 신제품을 광고할까를 고민할 때(사실 지금이야 흔하지만, 당시에 에브리타임은 그다지 주력제품이 되기는 어려웠던 제품이었기 때문에 좀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내부적으로 품질이슈로 욕도 좀 먹었구요...) 암튼, 그때 상대적으로 적은 돈으로 우리 제품을 노출할 수 있는 방법 중에 한 가지인 PPL을 한번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상대적으로 큰 비용 없이 할 수 있었던(당시만 해도 종편은 시청률이 낮았습니다) 종편채널 드라마에 기대 없이 PPL을 넣게 되었습니다. 그게 미생이었습니다. 근데 대박이 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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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speconomy.com/news/articleView.html?idxno=41273


그러고 나서, 이 PPL로 재미를 본 이후에 가격은 좀 올랐지만 태양의 후예에 또 PPL을 넣었습니다. 그때에는 이미 PPL의 효과를 톡톡히 본 상태라서 KBS 공중파(2016년만 해도 아직 공중파의 위력이 상당할 때였으니까요)에 돈을 좀 더 들여서 들어갔고 이게 근데 또 대박이 난 겁니다... 뭐 그 이후에 에브리타임의 시장위치는 공고해지고 잘 팔리면서 효자 상품이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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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cbiz.chosun.com/svc/bulletin/bulletin_art.html?contid=2016032800982


이렇게 만들어진 방송과 제품판매의 연결공식이 소비자들의 눈에 번쩍 보이게 된 건, 홈쇼핑과의 연결이 시작되면서부터였습니다.


사실은 홈쇼핑과 방송프로그램 간의 PPL연계는 그전에는 크지 않았었는데 건강기능식품의 광고가 어려워지고 또 건강보조식품의 소비자 정보전달이 쉽지 않다 보니 매체 전파력이 있는 정보성 방송프로그램과 홈쇼핑 그리고 시장환경의 변화로 광고시장이 축소되는 3박자가 맞춰지면서 교양정보 프로그램의 방송광고 PPL부분 확대가 시작되었고 지금까지도 많은 방송사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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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9350


위에 기사에서 " 조인철 민주당 의원은 “TV조선은 시청자를 기망하는 행위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연계편성 횟수를 4년 연속 늘리고 있다. 특히 2023년보다 지난해에는 46회를 더 늘렸다. 소비자들에게 광고보다 더한 신뢰를 주는 방송 프로그램이 홈쇼핑 물건 판매를 위한 도구에 그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같은 행위를 잘 모르는 시청자들이 건강프로그램을 보고 홈쇼핑에서 건강식품을 구매해 특정 제품이 유행처럼 번지는 상황 자체가 기이한 구조다.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라고 했다. 출처 : 미디어오늘(https://www.mediatoday.co.kr)" 이렇게 이야기하는 부분이 실제로는 양지가 아닌 음지에서 발생하고 있으므로 문제가 된다는 내용인데 어느 정도는 현실적인 이야기입니다.


홈쇼핑에서는 강요는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PPL이 없으면 방송을 잡기가 어렵습니다. 방송사에서도 홈쇼핑과의 연계는 사실 모릅니다. 하지만 방송시간은 홈쇼핑의 편성시간을 고려해서 일정하게 설정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점점 이런 구조에 대해서 의문을 갖게 되고 또 실제로 이런 과정을 통해서 본인이 구매를 유인당한다는 사실에 기분이 나빠 하지만, 신뢰성과 전문성을 갖고 있는 방송사가 의사와 약사 그리고 사회적인 신뢰도를 갖고 있는 교수님들이 나와서 하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 순간 설득당해서.. 방송이 끝나는 그때 옆에서 방송하고 있는 홈쇼핑제품을 구매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문제는, 초창기에는 현실적인 부분이 있으므로 이해할 수 있다는 정도의 문제였었습니다. 과거에는 이런 PPL을 진행하는데 비용이나 활용하는 수준이 어느 정도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이 PPL이 홈쇼핑사업에 있어서의 필수조건으로 자리 잡다 보니 홈쇼핑사업의 본질적인 사업성을 해치는 수준까지 비용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홈쇼핑이라는 채널의 매력도 또한 축소되어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많은 소비자가 이용하고 있는 채널임에도, 쉽게 소비자를 모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제조사와 브랜드사에 책임을 전가하는 행태로 운영되는 홈쇼핑사와 이 기회를 통해서 방송사가 우후죽순으로 늘리는 PPL프로그램은 홈쇼핑 비즈니스를 없애는 날카로운 도구로 되돌아올 수 있음을 알아야 할것입니다.


10여 년 동안, 종편들은 광고가 줄어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 광고만큼이나 큰 수익원이 점점 더 늘어났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런 이유로 많은 소비자들에게 전달해야 하는 진정한 가치 있는 정보보다는 수익을 만들어 줄 수 있는 브랜드와 제조사의 정보에 점점 더 집중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공공재로서의 성격과 자세를 잃어버리는 문제까지 발생하고 있습니다.


TV광고와 다르게 노출하는 PPL을 어느 정도까지 사용할 수 있을까요? 무엇이든지 과유불급이라고 했습니다. 욕심은 화를 부릅니다. 방송사에서 이를 통해 이익을 무한히 추구하면 그 피해를 보는 사람은 결국 소비자와 사업자가 됩니다. 그러면 그 비즈니스를 이루는 중요한 두 주체가 홈쇼핑사업에서 모두 떠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황금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꼴이 될 것 같아 한마디 거들게 되었습니다. 적당히 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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